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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동맹 외교의 갈림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한국은 에너지 안보와 동맹 외교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 원유의 70%를 이 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안정 확보가 절실하지만, 중동 분쟁 개입에 따른 국내 여론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동맹 외교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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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한반도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란이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사실상 참전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직접 해당 항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요청도 곧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처한 상황은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 해협이 현재처럼 봉쇄된 상태가 지속되면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넘어 에너지 공급 자체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전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원의 안정적 운송은 국가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부는 에너지 안보 확보의 필요성과 동맹국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무거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중국과 인도처럼 이란으로부터 일부 유조선 통행을 용인받은 국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처지에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다. 아덴만 해역에 파견했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확대 파견하여 우리 상선의 호위에 나선 전례가 있는 것이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행 안정화에 기여했다. 당시에는 직접적인 전쟁 상황이 아니었지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경제와 안보상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 이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는 현재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요청에 즉각 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에너지 안보상 필요성과 동맹국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 중동 전쟁 개입에 따른 후폭풍, 국제법상 중립성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중동 분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함 파견은 여론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란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장기적 영향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송로 확보와 동맹 기조 강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 동시에 파병 후폭풍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장이나 호위 임무 강화 같은 간접적 방식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들과의 공조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와 함께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안전을 보장하는 다자간 체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이 단독으로 부담을 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당성 있는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동맹 외교, 국내 정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복합적인 외교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