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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클록 적응 실패한 일본, WBC 준々결승 첫 탈락

일본 야구 대표팀이 WBC 준々결승에서 베네수엘라에 패배하며 첫 4강 탈락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처음 도입된 '피치클록' 규칙에 일본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기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6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준々결승이 14일(한국시간 15일) 미국 마이아미에서 열렸고, 일본은 베네수엘라에 5-8로 패배했다. 이는 일본이 WBC 역사에서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한 결과다. 6번의 WBC 참가 중 가장 큰 충격이자 굴욕이다. 일본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강호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예상 밖의 조기 탈락을 맞이했다.

이번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피치클록'이다. 피치클록은 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도입된 규칙으로, 올 시즌 WBC부터 처음 채택되었다. 투수가 공을 받은 후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이내, 주자가 있을 때는 18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제한 시간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1볼이 선언된다. 타자도 제한 시간 8초 전까지 타석에서 준비 자세를 완료하지 못하면 1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규칙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야구의 전통적인 '호흡'과 '여유'를 중시하는 일본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

일본 대표팀은 사전 캠프부터 피치클록 대응을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회 경기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이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토 다이카이(일본 해엄 소속)는 베네수엘라전 6회 1점 리드 상황에서 선발 타자 상대로 투구할 때 15초 이내에 투구 동작을 완료하지 못해 1볼을 선언받았다. 그 이후 2연타를 허용하면서 위기에 빠졌고, 결국 아브레이유 선수에게 우측 펜스를 넘는 역전 3점 홈런을 맞았다. 이 한 순간이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타자들도 피치클록 규칙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 소프트뱅크 소속의 곤도 켄스케 선수는 1차 리그 2차전 한국전에서 피치클록 위반으로 적발되었다. 이후 그는 타격 감각을 되찾지 못했고, 이번 대회 전체에서 무안타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져 이후 경기들에 계속 영향을 미쳤다. 일본 선수들이 새로운 규칙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야구는 원래 투수와 타자 사이의 '호흡'과 '간격'을 중시하는 스포츠다. 투수의 와인드업, 타자의 집중력 있는 대기, 그리고 그 사이의 긴장감 있는 순간들이 야구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피치클록 규칙은 이러한 전통적인 야구의 리듬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일본 야구는 국내 리그에서 이러한 '여유'를 중시하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있었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갑자기 다른 '간격'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앞으로 일본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다시 패권을 되찾으려면, 이러한 새로운 규칙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