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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틈타 북극 석유 채굴 추진하는 노르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노르웨이가 북극 석유·가스 채굴 금지 정책 해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유럽 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노르웨이는 정부, 산업계, 노동계가 연대해 EU에 로비하고 있으나, 환경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동 전쟁 틈타 북극 석유 채굴 추진하는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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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에너지 위기 심화에 따라 노르웨이가 북극 지역의 석유·가스 채굴 금지 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주요 가스 공급국으로 자리잡은 노르웨이는 최근 중동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발생한 에너지 공급 불안을 명분으로 유럽연합(EU)에 북극 채굴 허용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는 유럽 가스 수요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상을 바탕으로 북극 지역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북극 지역의 석유와 가스 채굴에 대한 국제적 모라토리엄(유예)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정치인들과 업계 인사들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활용해 이러한 채굴 금지 정책을 폐기해달라고 강하게 로비하고 있다. 3월 16일 EU 집행위원회의 공개 의견 수렴 마감을 앞두고 노르웨이는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국가로부터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르웨이 기후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앤 카린 세터는 "노르웨이가 현 상황을 이용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의 로비 활동은 정부 차원을 넘어 산업계와 노동계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노르웨이 정부는 탐사를 위해 70개의 새로운 유전 구역을 개방할 것을 제안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바렌츠해의 북극 해역에 위치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양청에 따르면 미발견 자원은 석유·가스 환산 기준 약 34억8000만 입방미터로 추정되며, 이 중 60%가 바렌츠해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장관 테르예 아슬란드는 "노르웨이는 EU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국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중동의 전쟁이 노르웨이의 북극 석유 활동 입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EU와 영국이 현재 노르웨이가 바렌츠해에서 생산하는 모든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원이 없었다면 가격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노동조합총연맹도 북극 지역의 추가 탐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브뤼셀의 대표인 노라 한센은 "일자리의 중요성과 북부 지역 주민 거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러시아와 인접한 지역의 안보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브뤼셀의 한 유럽 외교관은 통신사 AFP에 "노르웨이 석유산업의 로비 활동을 감지했으며, 석유와 가스 채굴 제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시민사회도 양분되어 있는데, 노르웨이 자연보호협회 회장 트룰스 굴로브센은 "우크라이나와 이란을 배경으로 유럽 정책입안자들을 더 쉽게 겁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수정된 북극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북극 탄화수소 모라토리엄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정책 타협과 양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WF 노르웨이의 카롤린 안다우르 회장은 "EU가 제안된 모라토리엄을 포기하더라도 북극의 새로운 석유·가스 활동이 생산을 시작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사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바렌츠해를 EU의 북극 정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정책 사이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EU의 최종 결정이 전 지구적 에너지 시장과 환경 정책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의 북극 채굴 추진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정학적 전략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노동조합이 러시아와의 지역 안보 관계를 강조한 점은 이러한 정책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북유럽 지역의 안정성 확보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에너지 장관 아슬란드의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노르웨이는 중동 분쟁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포기에 대한 EU의 입장 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적으로 지적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그리고 이것이 환경 정책과 에너지 안보 사이의 정책 갈등을 얼마나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