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지법, FRB 의장 소환장 무효 판단…트럼프 정권의 사법 압력 제동
미 연방지방법원이 FRB 파월 의장에 대한 소환장을 무효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법부의 조치가 기준금리 인하를 강요하기 위한 정치적 압력이라고 명시하며 트럼프 정권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를 제동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지방법원이 13일 연방준비제도(FRB)의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사법부의 소환장을 무효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법부가 파월 의장을 범죄 용의자로 지목할 실질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으며, 이번 조사가 정치적 압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트럼프 정권과 사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법부는 지난 1월 FRB 본부 건물의 개수공사와 관련해 파월 의장이 과거 의회 증언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 현직 FRB 의장을 상대로 한 형사 수사는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응해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동영상 성명을 공개했으며, 이는 트럼프 정권이 중앙은행에 가하는 비정상적인 압력으로 주목받았다. 정치적 독립성이 강조되는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연방지법은 이번 판단을 내리면서 파월 의장에 대한 거짓 증언 혐의는 '단순한 구실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더 나아가 소환장 발부는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 찬성 또는 사직을 강요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법원이 사법부의 조치를 정치적 압력 도구로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행정부의 사법 영역 침범을 제동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다.
FRB는 미국의 경제 상황, 물가, 고용 동향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독립적 기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중시하며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해왔으나, FRB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차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반복적으로 비난해왔고, 양자 간의 대립은 심화되었다. 대통령이 중앙은행 의장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사법부는 이번 판단을 불복하고 상소할 방침을 밝혔으나, 이는 파울 의장의 후임자 선임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한 바르트 우어쉬 전 FRB 이사의 상원 인준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 종료를 인준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상황이 복잡해졌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5월 15일까지이므로, 연임 가능성도 현실성을 띠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권의 행정부 권한 확대 시도가 사법부의 견제를 받으면서 미국의 권력 분립 체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