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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착용 남성의 스토킹 살인…교제폭력 법안은 국회서 '발목'

전자발찌를 착용한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남양주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경찰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음에도 비극이 일어났으며, 이는 교제폭력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수년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4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했다가 검거된 사건은 피해자 보호 체계의 허점과 함께 교제폭력 관련 법제화의 지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경찰이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난 후였다.

14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사건은 오전 8시58분쯤 남양주시 오남저수지 인근에서 발생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의 CCTV 영상 추적으로 범인은 2시간 10분 만에 양평군에서 검거되었고, 차량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발견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씨가 법무부 보호관찰 대상자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관할 당국이 그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B씨가 A씨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는 이미 당국에 신고했고 공식적인 보호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전자발찌 시스템과 경찰의 보호 조치가 실질적인 예방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A씨는 공개된 장소에서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복부 등을 수차례 찔렀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범죄 행위를 넘어 제도적 보호 장치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한국여성의전화의 통계는 이 사건이 결코 개별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22.5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는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교제폭력으로 인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범죄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화는 수년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제폭력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정책 입안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는 교제폭력 법제화를 123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지정했고, 성평등부와 법무부가 여성 안전 분야 정책 1순위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명시했다. 성평등부 소관 법안은 다소 진전이 있었다. 스토킹 피해자와 교제폭력 피해자를 동등하게 보호하는 내용의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논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 소관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2024년부터 발의된 교제폭력 정의,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담은 법안들이 수십 건에 달하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년 4개월 전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 등 28인이 발의한 스토킹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단 한 번도 법안소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 등 23인이 교제폭력을 가정폭력 범주에 포함시키는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의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는 국회가 매일 발생하는 여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남양주 사건의 피해자 B씨가 경찰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해당한 것은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다. 더 강력한 법적 근거와 실행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유사한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