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제 시행 직후 여당까지 활용…제도 본래 취지 흔들린다
재판소원법 시행 직후 여당 인사까지 해당 제도 활용을 검토하면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사법개혁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법학 전문가들은 절차적 모호성으로 인해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신청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2일 재판소원법이 시행된 지 하루 만에 여당 인사가 해당 제도 활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은 당일,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재판소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해당 제도는 민주당의 방탄용이었다"며 맹공에 나섰으나,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 유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도 "헌재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하면서 여당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소원법은 민주당이 주도해 강행 처리한 '사법개혁 3법' 중 하나로, 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권리구제 수단을 보다 강화하려 한다"는 입법 취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재판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등에서 사실상 '4심제'가 도입되게 되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된 모호성 문제가 제도 시행 직후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법학 전문가들은 현행 재판소원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상 하자나 기본권 침해는 주장할 방법이 너무 많은데 헌재는 현행법상 이를 모두 심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유죄 판결이 난 모든 정치인이 '보여주기식'으로라도 재판소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업무 부담을 크게 늘릴 뿐 아니라, 수많은 사건에서 피해자 권리 구제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변호사 수임료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재판소원법을 포함한 사법개혁법을 추진한 배경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법안 숙의가 부족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다른 사법개혁 3법인 '법 왜곡죄'도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서 또다시 수정되는 이례적인 과정을 거쳤고, 이로 인해 야당으로부터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 왜곡죄 제안 이유에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는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으나, 대법원장이 해당 법으로 고발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도 본래의 목적과 현실의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에서 강행 처리한 재판소원법은 결국 여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러려고 법을 강행 처리했냐는 비판이 돌아올 테니 당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법 개정 당시 강조했던 '국민과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훼손되면서, 사법 제도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본래 법 개정 목적과 취지를 다시 상기하고,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