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백악관 '존스법' 한시 면제 검토…에너지 공급 확대 나선다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이 미국 항구 간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제한하는 '존스법'의 한시적 면제를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공약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필요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실제 소비자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백악관이 104년 된 해운 규제를 풀기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제한하는 '존스법'의 한시적 면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인데, 이는 에너지 공급 차질을 완화하고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성명을 통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필수 에너지 제품과 농산물의 자유로운 항구 유입을 위해 존스법 한시 면제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국내 항구 간 상품 운송에 미국 선박 이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법의 핵심은 미국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이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어야 하고, 미국 선적이면서 미국 시민 소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국방력 확보와 해운산업 보호라는 명목으로 100년 이상 유지되어 왔지만,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공급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만약 존스법이 한시적으로 면제될 경우 미국 선박 외에도 외국 선박이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을 미국 항구 간에 운송할 수 있게 되어 공급 채널이 다각화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인한 유가 급등이 현 행정부에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유가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에너지 가격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소비자들의 가솔린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지지도에 직결되는 만큼 백악관은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려는 상황이다. 존스법 한시 면제가 백악관 대변인 명의의 공식 성명으로 발표된 만큼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존스법 면제가 실제 소비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연구기관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레이티브의 알렉스 자케즈 정책국장은 존스법이 소매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갤런당 2센트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제프리스도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수출 제한이나 존스법 유예, 전략비축유 방출 같은 긴급 조처들이 일시적이고 정치적으로 유지가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백악관의 정책이 상징적 제스처에 가깝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존스법은 미국 정책뿐 아니라 한국 조선산업에도 영향을 미쳐온 규제 장벽이다. 미국 내 항구에서 운영되는 선박의 건조지, 선적, 소유권을 모두 미국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 인해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선박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존스법의 한시적 면제가 이루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운송 효율성 개선이 가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방 관련 산업기반 유지 문제 등 복합적인 고려 사항들이 남아 있다. 결국 백악관의 정책 결정은 에너지 위기 극복과 정치적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실용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