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규모 10조→20조원으로 급증…정책 중복 우려 제기
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추경 규모를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초과 세수 전망의 불확실성과 포퓰리즘 우려, 그리고 기존 석유 최고가격제와의 정책 중복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신속성보다 정책의 짜임새와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예산 규모가 당초 예상의 두 배로 불어나면서 포퓰리즘 논란과 정책 중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하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에 기획예산처가 주말 반납을 선언하며 국회 제출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급속도로 불어나는 예산 규모와 편성 과정에서의 정책 일관성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서두르는 배경은 명확하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장기화 전망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동시 진행)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은 타당하다. 실제로 국가재정법도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편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응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추경 규모의 급증이 문제다. 정부는 초기에 10조원 수준의 추경을 예상했지만, 며칠 새 최대 20조원으로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착한 추경"을 짜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초과 세수 전망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세수가 예상보다 적으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 727조9000억원에 달하는 초슈퍼예산을 편성해 전년보다 8.1% 늘린 상태인데, 추가로 20조원대의 추경까지 편성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이 정치적 선심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있다. 지난해 5월 산불 피해 지원으로 시작된 추경이 지역 소멸 대책 명분이 추가되면서 14조원으로 늘어났고, 2022년 5월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인 62조원이 편성된 전례가 있다. 이번 추경도 중동 사태라는 외부 충격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되면서 규모가 계속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추경이 정책적으로 중복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동시에 추경을 통해 추가 재정을 투입하려는 것이 일관성 있는 정책 운영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일관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성패가 "얼마나 빨리"에 있지 않고 "얼마나 짜임새 있게"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추경이 누수 없이 취약한 부문에 제대로 도달해야만 거시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신속성만큼이나 정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병행해야 한다. 초과 세수 규모를 정확히 진단하고, 추경이 실제로 필요한 부문에 효과적으로 배분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아닌 경제적 실효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