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기름값 사흘 연속 하락…국제유가 변동성 여전
정부가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로 국내 기름값이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악화로 여전히 불안정하며, 2~3주의 시차를 고려하면 향후 기름값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사흘째,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3.3원으로 전날 대비 5.5원 내렸고, 경유 가격은 1911.1원으로 7.9원 하락했다. 서울 지역도 같은 추세를 보였는데, 휘발유는 1918.9원으로 8.1원 내렸으며 경유는 1922.7원으로 13.5원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 10일 최고점을 찍었던 기름값이 이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3일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최고액을 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지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본격 시행했다. 정유사들은 26일까지 2주간 이 가격 이상을 받을 수 없으며, 정부는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 동향을 살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재지정할 계획이다. 이는 1997년 이후 약 30년 동안 석유 가격을 시장에 맡겨온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외부 충격이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과 에너지 세제 조정, 소비자 직접 지원 등을 포함한 대책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국제유가의 불안정성이 계속되면서 향후 국내 기름값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의 하락세만으로 유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일 대비 9.2% 올랐으며, 종가 기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동 정세의 악화가 본격적인 유가 상승 '쓰나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3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최고가격제에 대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유사와 주유소, 유통업계,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가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우리는 이 어려움을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단속보다 더 중요한 건 공동체 정신"이라고 당부하면서, 동시에 관계부처에 가격 담합과 유가 보조금 부정 수급, 탈세 등 부정행위의 엄중한 단속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부처와 지자체, 한국석유공사로 구성된 점검단은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여 2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석유관리원과 지방자치단체는 고위험 주유소에 대해 월 2000회 실시 중인 특별 현장 점검을 더욱 내실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이 단기적으로는 기름값 안정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중동 정세 악화와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