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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율·관세 삼중 위기에 몸살 앓는 한국 수출 산업

중동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항공,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추진으로 관세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유가, 환율, 관세의 삼중 위기에 직면했다.

유가·환율·관세 삼중 위기에 몸살 앓는 한국 수출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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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 9일에는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추진했음에도 유가 상승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과 이라크 영해 유조선 공격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 유가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즉각적인 원가 상승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항공업과 석유화학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가 인상으로 인한 항공유 가격 상승에 따라 내달 발권하는 일본과 동남아 노선 항공권을 현재보다 2만~3만원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동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화 기업들이 잇따라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있다. 여천NCC는 원료 수급 차질을 이유로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고객사에 통지한 상태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 공급 차질로 에틸렌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석화 업계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도 중동 사태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액 1위 산업으로 핵심 소재 공급망이 중동 지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원료인데, 지난해 한국의 헬륨 수입량 중 64.7%가 카타르에서 들어왔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브롬은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하고 있어 중동 사태 장기화 시 공급 차질 위험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다른 공급처에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한국 경제의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대외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향후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상방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에너지·환율·관세' 삼중 압박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301조 조사가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현행 관세 상한선이 사라져 더 높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15% 관세에서 과거 논의된 25% 수준으로 재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이번 조사 명분으로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 생산을 지목하고 있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지닌 한국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시 각국이 수입 장벽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가 과거보다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원자재 수급과 물류 차질을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재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