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경기 결과 소재로 혐한 마케팅 펼친 두끼, 논란 후 사과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가 대만에서 WBC 경기 결과를 소재로 한 혐한 마케팅을 펼쳤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 후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으나 할인 이벤트는 계속 진행 중이다.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가 대만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경기 결과를 빌미로 한 마케팅을 진행했다가 혐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2일 업계 보도에 따르면 두끼 대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무릎을 꿇은 남성이 종이를 들고 사과하는 사진 여러 장이 게시됐다. 종이에는 '우리가 점수를 조작하면 안 됐다', '대인은 떡볶이를 탓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3월 말까지 2인 세트를 540대만달러에 판매한다는 홍보 내용이 함께 담겼다.
논란의 핵심은 마케팅 소재로 사용된 구체적인 숫자와 표현에 있다. 광고에 등장한 '540'이라는 숫자와 '점수 조작'이라는 표현은 지난 8일 열린 WBC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대만에 4-5로 패배한 경기 결과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정당한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점수 조작이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비유하며 한국 야구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게시물에 사용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사진은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정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런데 어쩌라고'라는 식의 비아냥 의미로 널리 사용되는 밈으로 알려져 있어 논란을 더욱 심화시켰다.
현지 교민과 야구팬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두끼 대만 SNS의 댓글 섹션에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건드렸다', '돈을 벌기 위해 혐오 정서를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인 소비자들도 해당 마케팅이 국가 대표팀을 폄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반발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를 넘어 한국과 대만 간의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기업의 마케팅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두끼 본사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본사는 '대만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한 이벤트'라며 게시물 삭제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후 두끼 대만 법인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는 '야구 열기를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기획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해 불편을 드렸다'며 '내부적으로 마케팅 과정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된 2인 540대만달러 할인 이벤트는 이달 31일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어서 완전한 사과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WBC 경기 결과를 둘러싼 한국과 대만 간의 미묘한 감정이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2위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당시 한국이 8점 이상을 기록했다면 대만도 8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9회 문보경 선수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대만의 탈락이 확정됐다. 이후 일부 대만 팬들은 문보경 선수의 SNS에 '고의로 삼진을 당했다'는 등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두끼의 마케팅은 이미 팽팽한 대만 내 감정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을 기획할 때 문화적 민감성과 정치적 맥락을 얼마나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포츠는 국가 자존심과 직결된 민감한 영역이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야구는 한국, 대만, 일본 간 경쟁이 심한 종목이다. 기업이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물론 국가 간 감정 대립까지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 시 현지 문화와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