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석유 비축 가속화,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한 전략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해 석유 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비축 확대와 에너지 구조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며, 국내에서는 휘발유 가격 상승 등 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석유 비축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상태 지속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12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채택된 경제정책 지침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석유 비축 확대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이는 불확실한 국제 에너지 정세 속에서 중국이 국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석유 정책의 핵심은 자급자족 원칙의 고수와 비축량 증대다. 새 5개년 계획에서는 연간 2억 톤의 석유 생산 목표를 설정했으나, 이는 2022년 국가에너지국이 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국내 대폭 증산은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비축기지의 확충과 신설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현재 석유 비축량은 약 14억 배럴에 달하며,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이 완전히 끊기더라도 6개월분의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원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수입량의 40~50%가 이란을 포함한 중동산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이 직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동 정세 악화 이후에도 이란은 해협을 통한 중국으로의 수출을 계속하고 있지만, 선행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중국 정부는 원유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1월과 2월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급증했다. 이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중국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에너지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새 5개년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를 정점에 도달시키겠다는 목표를 명시했으며, 양수식 수력발전, 해상풍력발전, 원자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장기 수치 목표도 설정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서 벗어나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단기적 에너지 안보 강화와 장기적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석유 비축 확대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휘발유 가격 상승 등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수요를 우선시하기 위해 국내 석유 정제 대형사에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국내 경제 안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현실적 선택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 무역에 극히 중요한 수로라고 반복 강조하며 중동 정세 전개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중국의 에너지 전략은 국제 시장 안정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