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차관보 회동, 팩트시트 안보 합의 이행 집중 협의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방한 중인 마이클 디솜브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회동해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합의사항 이행을 논의했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해 주한미군 차출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명확히 했다.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12일 마이클 디솜브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만나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팩트시트의 구체적 이행을 앞두고 양국 외교 당국이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차관보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동향 등 투자 합의 이행 관련 진전 상황을 설명하면서 안보 분야 협의의 신속한 진행을 당부했고, 디솜브레 차관보도 이에 적극 공감하며 협력 의지를 표현했다.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에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을 위한 협력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한국 해군의 전략적 능력 강화와 관련된 사안으로,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 체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원자력 협정의 개정은 한국이 핵추진 기술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국제 비확산 체계를 준수하면서 동시에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차관보는 협의 내용의 80% 이상이 팩트시트 관련 논의였다고 밝혀, 이번 회동이 실질적 협력 방안 수립에 집중했음을 시사했다.
양국은 또한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 교환도 진행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상황이 논의 대상이 되었으며, 정 차관보는 미국 측에 중동 지역 내 한국 국민의 안전 확보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자폭드론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한국 국민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차관보는 중동 정세와 관련해 "중동 상황이 유동적이고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있었지만, 주한미군 전력 차출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기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디솜브레 차관보의 방한을 둘러싸고 주한미군 전력 차출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었으나, 정부는 이를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방공무기 소모가 급증하면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반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정 차관보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디솜브레 부차관보는 중동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차출 문제는 관심 분야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한국군 지원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명확히 부인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깊이 있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차관보는 "북한 문제는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별도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회동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차관보는 한·미가 다양한 수준에서 활발한 교류를 이루고 있음을 평가하고, 현안 협의를 위해 외교 당국 간 계속 긴밀히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팩트시트 이행이라는 구체적 목표 아래 한·미 동맹의 실질적 강화를 추구하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