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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LNG 공급 20% 차질…아시아-유럽 확보 경쟁 심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LNG 공급의 20%가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와 유럽이 제한된 물량을 놓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카타르 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더 심각하며, LNG 가격 급등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LNG 공급 20% 차질…아시아-유럽 확보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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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 직면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 LNG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선박 추적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하던 일부 LNG 운반선들이 항로를 변경해 아시아로 방향을 틀었으며, 이는 지역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아시아는 이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은 2025년 기준 가스 공급의 30% 이상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카타르 의존도도 각각 15%, 5%에 달한다. 우드맥킨지의 마시모 디 오도아르도 부사장은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은 걸프 지역에서 들어오지 못한 LNG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추가 조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봄철과 여름철 냉방 수요가 커 유럽보다 가스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전력·가스 업체들은 LNG 물량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LNG 가격 급등이 지역 간 물량 쟁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LNG는 대부분 현물시장보다 장기 계약을 통해 거래되지만, 일부 구매자는 계약 물량의 최종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고 가격이 급등하면 판매자가 약정을 파기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전쟁이 발발한 직후 아시아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향 물량을 아시아로 돌릴 유인이 대폭 커진 것이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행 파이프라인 공격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급감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NG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경험이 있다.

유럽 구매자들은 2022년의 교훈을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법무법인 베이커보츠의 알렉스 커 파트너는 "공급자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화물을 다른 지역으로 돌릴 경우 더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현명한 대비책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다수의 구매자들이 전쟁 발발 전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미뤄온 점이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당시 글로벌 LNG 공급 과잉 전망이 우세해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더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지만, 이는 현 위기 상황에서 공급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LNG 가격 상승 위험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이 제한된 물량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스는 석유보다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공급 충격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저장 시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물류 차질이 결국 실제 가스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에너지 공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전략 재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