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월 67만원인데 저가 실버타운도 월 106만원…은퇴자 주거 '빈틈' 커진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자 주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월 67만원으로는 저가 실버타운의 월 106만원 생활비도 감당할 수 없어 일반 국민과 시장 가격 간 격차가 심각하다. 은퇴자들의 다양한 주거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과 공공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자들의 주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의 20%를 넘었으며, 2072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47.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과 1인 고령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고령자 주거 지원 방안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토지주택연구원 정연우 연구위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는 다양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는 주거 솔루션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국민과의 가격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수령액과 실제 주거비 간의 괴리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7만원에 불과한데,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알려진 저가형 실버타운의 월 최소 생활비는 106만원 수준이다. 이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월 39만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추가 자산이 없는 일반 고령층은 실버타운 입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전국 실버타운 30곳을 분석한 결과, 고가형은 입주보증금 약 4억6000만원에 월 생활비 약 250만원, 중가형은 보증금 약 2억5000만원에 월 204만원, 저가형도 보증금 약 1억6000만원에 월 106만원이 필요했다. 공급 방식별로는 임대형이 73%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분양형과 월세형은 각각 13% 수준에 불과했다.
은퇴자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는 단순하지 않다. 연구팀이 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뒤 살 곳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 조건과 접근성으로 전체 중요도의 25.4%를 차지했다. 이어 주택 규모(20.3%), 소유 형태(18.6%), 주택 유형(15.0%) 순으로 나타났다. 군집 분석 결과 은퇴자들의 선호 주거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됐다. 수도권 중심 생활을 선호하는 '수도권형',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자연친화형', 대도시 인근 생활을 원하는 '광역권형', 전원생활을 꿈꾸는 '전원형'이 그것이다. 각 유형마다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주거 선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형별 주거비 부담 능력에도 큰 차이가 있다. 분양 주택 구매 시 은퇴자들이 감당 가능한 가격은 평균 약 3억5000만원이지만, 유형별로는 2억6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까지 편차가 있다. 전세 주택의 경우 평균 약 2억5000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유형별로는 2억원에서 3억2000만원 사이에서 변동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월 생활비 차이다. 1인 기준 적정 월 생활비는 평균 110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수도권형은 월 94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절약하는 성향을 보인 반면, 자연친화형은 월 132만원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이 컸다. 이는 은퇴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고령자 주거 지원 체계는 수십 년 전 도입된 제도에 머물러 있다. 1989년 도입된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과 2016년 도입된 공공임대 방식의 고령자복지주택이 주요 정책인데, 실제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주거, 생활지원, 의료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CCRC(지속돌봄은퇴단지)' 수준의 단지는 아직 드물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고령자의 87.2%는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길 원하지만, 건강이 악화하는 경우 이 비율이 48.9%로 크게 낮아진다. 이는 고령층이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다양한 주거 옵션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지난달 국회에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고령 친화 주거단지 조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자 주거 수요의 다양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연우 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에서 운영되는 실버타운은 사실상 중산층 이상만 접근 가능한 고비용 구조"라며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가격 부담과 시장 가격 사이 간극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적정 비용 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주거 모델과 더불어 정부의 보조금, 바우처 제도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가 안락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 솔루션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은퇴자들의 다양한 선호도와 경제 능력을 반영한 공공 주도의 고령 친화 주거단지 조성과 함께,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