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앞두고 AI 챗봇에 의존하는 피의자들 급증
경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들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아끼기 위해 ChatGPT 등 생성형 AI를 법률 조력자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미한 범죄 혐의자들이 AI에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AI의 조언을 맹신하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 출석 조사를 앞둔 피의자들이 변호사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법률 조력자로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 선임에 수백만 원대의 비용이 소요되자, 경미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일반인들이 ChatGPT 같은 AI 챗봇을 통해 모의 신문을 진행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법률 커뮤니티에서는 '변호사 대신 AI에 물어보라'는 조언이 정기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AI 덕분에 경찰 조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후기와 함께 추천할 만한 AI 서비스와 구체적인 프롬프트 명령어를 공유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피의자들이 AI에 요청하는 법률 조력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략적이다. 사건의 개요를 입력한 뒤 경찰 조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예상 질문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고, 각 질문에 대한 모범 답변안을 작성해달라고 한다. 나아가 진술 시 주의할 점, 혐의 성립 요건 분석, 불리한 진술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조언까지 AI에 구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피의자는 AI가 만든 예상 질문에 대해 추가 꼬리 질문을 더해 달라고 요청하며, 마치 실제 조사 상황을 철저히 시뮬레이션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AI를 활용하는 피의자들이 주로 연루된 사건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이버 범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비교적 경미하다고 여겨지는 범주다. 이들이 AI에 의존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수백만 원대의 상담료와 의뢰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경미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반인들은 먼저 AI로 대응해보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상황이 악화되면 그때 변호사를 찾겠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23세 대학생 A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씨는 법률 상담 카페가 법무법인 홍보 글로 가득 차 있고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불안감만 조성한다며, AI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관련 법률과 판례를 학습시켜 혼자 조사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A씨는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고, 이를 AI의 도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AI를 법률 조언 도구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AI의 조언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맥락과 실제 경찰 수사 관행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AI가 제시한 '모범 답변'을 실제 조사 상황에서 그대로 읊다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김도우 교수는 피의자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술의 일관성이라고 지적하면서, 실제 조사 상황은 AI가 만든 시나리오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사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나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조사의 흐름이 예기치 않게 바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요한 사건일수록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개인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구체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사 관행을 이해하는 변호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경미한 범죄 혐의라도 잘못된 진술이나 전략은 추후 검찰 기소, 법원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I의 대중화로 법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전문 변호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