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방공무기 중동 반출 확인…정부 '대북 억지력 우려 없다'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방공 무기가 중동으로 반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정부는 미국의 자국 군사 필요에 따른 결정으로 보면서도 한국의 우월한 국방력으로 대북 억지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방공 무기가 중동 지역으로 반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 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갈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배치된 전략 자산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는데, 정부 최고 지도자가 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군 안팎에서는 주한미군 기지 내 패트리엇(PAC-3)과 같은 고성능 방공 무기가 중동으로 반출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언론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미 국방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유보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무기 반출을 인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적으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또 그래 왔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주한미군 전략 자산의 반출이 한반도 방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무기 차출로 인한 대북 억지 전략 약화 우려에 대해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근거로 "대한민국의 방위비 지출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고, 한 해 국방비 지출 총액이 북한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라는 통계도 있다"며 자체 방위력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 방위는 국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딘가에 의존하면 그 의존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을 언급해 한국 군의 자주 방위 능력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전략적 유연성'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지를 넘어 대중국 견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한반도의 전략 자산을 우선순위 낮게 재배치하는 모습이다. 이는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 우려를 자극하고 있으며, 한·미 간 전략적 이해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란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유지훈 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인정한 대로 전략 자산 반출 자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한·미 군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할 경우 주한미군 기지에서의 무기 차출이 추가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의 최소 수준 유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