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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세계유산 훼손 우려, 국가유산청이 재개발 행정조정 신청

국가유산청이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공식 신청했다. 건물 높이 기준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놓고 벌어진 양측의 의견 차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종묘 세계유산 훼손 우려, 국가유산청이 재개발 행정조정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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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종묘의 역사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유산청이 공식적인 행정조정 절차에 나섰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벌이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국무총리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이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을 조정하는 법적 절차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유산청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조치다.

갈등의 핵심은 세운4구역 건물의 높이 기준을 놓고 벌어진 의견 차이다. 종묘로부터 약 180미터 떨어진 세운4구역은 애초 2018년 국가유산청의 심의를 거쳐 종로 변 건물 높이를 55미터, 청계천 변을 71.9미터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이 일대 건물의 최고 높이를 145미터까지 상향하는 계획 변경을 갑자기 고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기존 합의를 크게 벗어나는 수치로, 국가유산청은 이 같은 높이 변경이 종묘의 경관과 역사적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입장 차이는 근본적이다. 국가유산청은 재개발 사업이 세계유산인 종묘에 미칠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보호를 위해 권고하는 국제적 기준이며, 대규모 개발 사업이 세계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절차다. 반면 서울시는 이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유산청, 서울시, 전문가, 주민 등 4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이러한 의견 차이는 수개월에 걸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실무진을 상대로 16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주민들과 국가유산청 사이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주민들은 오랜 기간 추진되어온 재개발 사업의 조기 완성을 원하고 있지만,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보호라는 국제적 의무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번 행정조정 신청은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국가유산청의 공식적인 노력이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의 기구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설치되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3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재정경제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등 중앙 부처 장관들과 민간위원 4명이 참여한다. 국가유산청이 이번 안건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22년 김포 장릉 인근의 불법 아파트 입주 유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청했던 사례가 있다. 다만 현재 제13기 민간위원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안건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정조정 신청은 세계유산 보호와 도시 개발 사이의 충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종묘는 조선시대 왕실 제사를 지내던 장소로 한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유산 지정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인정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의미한다. 국가유산청의 행정조정 신청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한국이 세계유산 보호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