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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석유 가격 통제 부활…최고가격제 금주 내 시행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금주 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30년 만에 석유 가격 통제 부활…최고가격제 금주 내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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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금주 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30년 만의 첫 사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주 내 시행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가가 얼마나 급등했는지 통계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기준으로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949원을 넘어섰고, 경유 가격은 1971원에 달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18% 이상 상승한 수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2000원대를 넘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상승은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발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비대칭적 가격 결정 관행이 있다. 김 실장은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소비자들이 가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최고가격제는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될 예정이며,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 가격이 설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재 시중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식으로,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은 국내 정유사들이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겨냥한 이유는 주유소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와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통망의 원가 부담을 낮춤으로써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가장 실효성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계획이다.

가격 통제로 인한 공급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정유사가 가격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한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를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정유사 담합 여부,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도 준비 중이다. 관련 법령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부는 이미 정유업계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 소요 시뮬레이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세제 조정과 직접 지원을 병행하는 종합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에너지 수급 안정과 가계 부담 완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종합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