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정부 '최고가격제·추경' 카드 꺼낸다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가격제 시행, 유류세 인하, 추경 편성 검토 등 강도 높은 경제 대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정유사·주유소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제재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제 대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에서 개최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번주 내 시행하고,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며, 필요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최고가격제는 가장 시급한 조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주 내에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세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부담 완화 방안도 폭넓게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7.7원, 경유는 1920.1원 수준으로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석유 수급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이 하루 170만배럴 수준이지만, 한국의 비축 석유량은 1억9000만배럴로 약 208일간 지속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재정 투입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 실장은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면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필요한 재원이 많이 생겼는데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비축유를 풀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비축유 방출과 수출 통제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동시에 금융·외환시장 안정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중앙은행과 함께 100조원대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캐피털콜 규모 증액을 논의하고 있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적극 대응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정책실장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나리오별로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부의 강경한 시장 감시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정유사·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사재기 등 불법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하고 위반 시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는 징벌적 과징금·과태료 부과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 실장도 "정유사·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주목한다"며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는지, 담합·세금 탈루 등 불법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현장 점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감시 강화는 유가 급등 상황에서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