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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서민 물가 대책 총력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이번 주 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유류세 인하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전방위 대책도 함께 추진되며, 전문가들은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서민 물가 대책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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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이번 주 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정세 악화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로,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전방위적 대책과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금융·외환시장을 넘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있다. 이날 코스피는 3거래일 만에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전 거래일 대비 5.96%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30% 넘게 오른 119.48달러까지 치솟은 탓이다. 실제로 수도권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소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는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최고가격 지정은 2주 단위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 가격에 대해서는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돌아가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은 최고가격제 도입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물차와 택시 등 운수업 종사자를 위한 유가보조금 확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충격이 운수·물류 산업과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최근의 흐름이 중동 정세 악화라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이런 조치만으로는 국내 기름값 상승 속도를 늦추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최고가격 지정제 역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합리적인 상한을 설정하는 데 한계가 큰 만큼 운송비 지원 확대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 세계를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에너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추가 정책 수단의 발동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