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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종전' 언급했다가 '20배 강타' 위협···트럼프의 엇갈린 중동 메시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가 같은 날 '20배 강타'를 위협하며 모순된 신호를 보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참모들의 출구 전략 촉구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둘러싸고 모순된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9일 플로리다주 도럴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눈에 띄는 전환으로 평가되지만,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흐름을 막을 경우 '지금보다 20배 더 센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메시지의 일관성을 잃었다. 이러한 오락가락한 발언들은 미국 국내의 정치적 부담과 국제 유가 변동성이 얽혀있는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게 된 배경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유가 급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졌고,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위험 신호로 작용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위협을 단번에 종식할 것이고, 그 결과 미국 가정의 석유와 가스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불안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주요국 개입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는 80달러대로 하락했고, 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도 유가 급등에 대비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이미 이겼지만 충분히 이기지 않았다'며 '적이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도 이어갔다. 또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는 '이란이 국가로서 재건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며 '죽음과 불, 분노가 그들을 지배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함정 51척 격침과 미사일 시설 5000개 이상 타격 등 전쟁의 성과를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 상황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의 중재 노력을 통해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명분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유가 급등과 장기 분쟁이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을 비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을 전쟁에서 어떻게 빼낼지 명확한 계획을 밝히고, 이미 군사적 목표를 대체로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을 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린 발언들을 분석하면서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불안정한 석유 시장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미·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 능력과 의지를 완전히 잃을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려는 균형 잡힌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타임지는 중동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한 분쟁의 향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이란 측의 대응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기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이란은 내부 전열 정비에 나섰으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우리'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 선출 소식에 '실망스럽다'고 표현했으나, 그를 '참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함으로써 새로운 지도부와의 관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강경파 후계자 선출로 확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중동 정세는 양측의 협상 여부와 국제 유가 추이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