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 바뀌자 빅테크 '생존 전략' 돌입…양쪽 진영 모두에서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관계가 중간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 전략을 급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 기술업계와의 거리두기 목소리가 커지고 민주당이 AI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빅테크는 민주당 인사 영입과 규제 수용으로 정치권 양쪽에서의 압박에 대응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 환경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재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관계가 중간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한 데다,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정치권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규제 강화를 예고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정치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정치적 입장이 이렇게까지 흔들리게 된 배경에는 중간선거 결과가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공화당 선거운동 단체에 6억달러 이상을 지원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나, 공화당은 민주당에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이는 빅테크의 거액 정치 자금이 선거 결과를 바꾸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공화당 내부에서 빅테크와의 밀착이 오히려 패배를 초래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화당 전략가 브렌던 스타인하우저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기술 업계 거물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친트럼프 활동가 에이미 크레머도 "거대 AI 기업의 돈에 의회 다수당 지위를 걸고 도박하면서 정작 우리 유권자들은 무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하면 기술기업 경영진들을 의회에 불러 선서 증언을 요구하고,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머스크 등의 사업 활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단순한 정치적 압박을 넘어 법적·행정적 조사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AI 규제 강화를 예고한 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규제 강화는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정치권과의 관계를 전면 재설정하고 있다. 오픈AI는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딸 제시카 슈머를 영입했고, 메타와 팔란티어도 민주당과 가까운 로비스트 채용에 나섰다. 이는 민주당 진영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규제의 칼날을 둔화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은 규제 수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치권의 신뢰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컴퓨팅 캠퍼스'로 부르는 방식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학교 지원, 전력망 투자, 환경 보호 조치 등을 약속하는 이미지 개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뒤늦은 이미지 개선과 규제 수용 움직임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규제 지지 단체인 가드레일스 얼라이언스의 쇼나 토머스 대표는 "빅테크 기업들은 정치권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어떤 법안이나 정책 구상을 내놓더라도 처음부터 거부감을 살 것"이라며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며, 단순한 인사 영입이나 로비스트 채용만으로는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빅테크 기업들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는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신뢰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