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글로벌 반도체·기술주 동반 붕괴
미국 민주당의 AI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으로 글로벌 반도체·기술주가 동반 붕괴했다. 코스피는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주도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민주당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이 촉발한 글로벌 증시 대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락한 데 이어, 6일 서울 코스피에는 8% 이상 급락하는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를 필두로 엔비디아, 샌디스크, 브로드컴, 인텔 등 인공지능 밸류체인에 속한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주가를 내려놓았다. 전날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되던 투매 현상이 기술, 통신, 에너지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엔비시(CNBC)가 "인공지능이 붕괴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시장 심리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번 급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민주당 진영의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에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중간선거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지금 당장 전국적인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시행하라"는 글을 올렸다.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을 넘어 중간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의 실질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강타했다. 지나 히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도 미국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업무들은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반도체 업체 주식부터 집중 투매하기 시작했다.
우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연쇄적인 부정적 신호로 현실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인허가 문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일부 고위험 사업에서는 철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디나 파월 맥코믹 사장은 "새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에는 훨씬 더 많은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경영진의 의견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계획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시장의 우려가 기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마이크론의 경우 대만 현지 공장의 노사 임금 갈등까지 겹쳐 새로 짓고 있는 메모리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신용 시장의 악화 신호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위브와 스페이스엑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기업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으로, 이 수치가 급등한다는 것은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을 크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퀄컴과 암홀딩스 같은 인공지능 관련주들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며 반도체 산업 전체에 대한 의구심을 더했다. 이처럼 신용 위험과 실적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5일 미국 나스닥종합 지수는 5.52% 급락했다. 엔비디아(-9.26%), 에이엠디(-17.26%), 브로드컴(-10.43%) 등 반도체 관련주가 광범위하게 하락했고, 특히 샌디스크(-22.26%) 등 메모리·스토리지 업체는 20% 이상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7(미국 주요 빅테크 7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한때 1조 달러(약 1356조 원) 이상 증발했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5.01%)와 SK하이닉스(-7.36%)가 크게 떨어졌고,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6.61%)도 동반 하락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기술주 조정이 아니라 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이 실제로 지연될 경우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의 구체적인 방향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제 투자 계획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