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대패 다음날 백악관 공사 자랑한 트럼프, 탄핵 위협에 "민주당 파멸"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대패 다음날 백악관 연회장 공사 성과를 자랑하며 선거 책임을 회피했다. 이란전쟁을 패배 원인으로 인정하면서도 결정의 정당성을 강변했으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는 대참패를 당한 이튿날인 4일(현지시각)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 현장에 취재진을 불러모아 약 20분간 건설 성과를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인정을 피하면서 건설 노동자들을 치하하고 연회장의 웅장한 규모와 안전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는 선거 직후 당 지도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으로, 미국 정계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회장 공사가 "일정도 앞서가고 있고 예산도 절감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회장 천장이 50피트(약 15미터) 이상이며 코린트 양식의 웅장한 기둥과 특별한 대리석 바닥이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지하로 5개 층이 들어서고 지붕은 헬리콥터도 견딜 만큼 튼튼하며 "드론도, 미사일도, 총알도 뚫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워싱턴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온 후에야 이란전쟁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음을 인정한 것과 대조를 이루며, 그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책임 문제에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란전쟁이 공화당의 참패 원인이라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의 주장에 "대체로 맞는 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시 하게 된다 해도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내가 투표용지에 있었다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라며 "유세장마다 수천 명씩 몰려들었고 엄청난 사랑이 있었지만, 그 사랑을 후보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밴스 부통령과의 미묘한 긴장 관계도 드러났다. 밴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장문의 글을 올려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향후 6년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사실상 트럼프의 전쟁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의 글에 대해 "좋은 글이었다"고 평가했지만, 밴스 부통령과 대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답한 뒤 차기 대선 후보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누가 출마할지 나는 모른다"며 "어쩌면 그(밴스)가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밴스 부통령을 향한 견제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의회 양원을 장악하는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대화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민주당이 파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한다면 나에게는 거부권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민주당 일각의 탄핵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며 "아무 명분 없이 탄핵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는 향후 의회 다수당 민주당과의 관계가 얼마나 긴장될 수 있을지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2일에도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반사연못 개보수 성과를 자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으며, 백악관 개보수에 시간을 쏟는다는 비판에 대해 "나는 이 일이 좋다. 나에겐 휴식이 된다"고 말해 선거 패배 직후에도 자신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