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블루 쓰나미'에 코스피·코스닥 동반 5% 급락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자 국내 증시가 5% 이상 급락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반도체주가 중심이 되어 하락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적 조정으로 보고 장기적으로는 금리 안정 등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는 '블루 쓰나미' 현상이 일어나자 국내 증시가 큰 낙폭을 기록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0포인트(5.28%) 내린 5383.80에, 코스닥은 36.54포인트(5.11%) 내린 678.41에 마감하며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미국 민주당의 정권 강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와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장 초반부터 이어진 급락세로 인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는 나란히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으며, 이는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의 일이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대형 반도체주들이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57% 내린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한때 19만9800원까지 떨어지며 20만원 선을 밑돌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9.46% 내린 126만4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도 지수 하락을 가속화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4242억원을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2조2721억원, 기관투자자는 845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흥미롭게도 한·미 증시는 '블루 쓰나미'에 정반대로 반응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4일 중간선거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3.03% 상승하며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S&P500 지수는 1.58%, 나스닥 지수는 1.44%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엔비디아(-3.17%), 마이크론(-7%) 등 반도체주는 급락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주 낙폭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이를 압도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AI 밸류체인 전반이 급락하며 지수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양일우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민주당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기존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지연시키기보다는 세제 혜택 축소나 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AI 산업 성장 동력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어서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블루 쓰나미'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민주당의 전쟁 예산·군사작전 관련 의회 견제 강화에 따른 휴전 기대감이 커져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추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제약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금리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증시 조정을 주도했던 AI 투자수익률과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는 요인"이라며 "블루 웨이브가 유가, 금리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증시에 중립 이상의 긍정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