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터센터 규제 파고, 국내 반도체주 '블루쓰나미' 직격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미국 10개 주의 지역투표 41건 중 40건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제한이 승리했으며, 민주당 주지사 당선인들이 있는 9개 주가 미국 전체 계획용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는 5.28%, 코스닥은 5.11%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 9% 내려앉았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28% 하락한 5383.80에 마감했으며, 이는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5.11% 떨어진 678.41로 내려앉으면서 석 달여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중심이 되어 매도세가 이어졌고, 심지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 선거 결과가 시장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의 불확실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 경영진은 중간선거 직후 기존 데이터센터 건설 전망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긴급 논의했다. 현재 텍사스, 미시간, 뉴멕시코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I 수요를 감당할 연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 일정까지 지연되면 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투표 결과는 데이터센터 반대 민심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중간선거와 함께 10개 주에서 치러진 데이터센터 관련 지역투표 안건 41건 중 40건이 개발을 막거나 제한하는 쪽이 승리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투표 건수가 가장 많은 오하이오주에서만 10곳 이상의 지역이 신규 건설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명확했다. 전기요금 상승, 물 부족, 환경 오염 등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주지사 선거 결과는 데이터센터 건설 제약의 범위를 훨씬 확대시킨다. 데이터센터 조사 기업 클린뷰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건설 유예를 공약했거나 이미 시행한 주지사와 당선인이 있는 9개 주의 계획 단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158.6GW로, 미국 전체 계획용량의 41%에 달한다. 특히 민주당이 주지사를 탈환한 텍사스(88.4GW), 오하이오(21.9GW), 조지아(20.2GW) 세 곳에만 130.5GW가 집중되어 있다. 벤처투자자 브래드 거스너는 내년에 건설되는 미국 데이터센터 물량의 25~35%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건설 지연을 넘어 미국의 AI 산업 경쟁력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도 상당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표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AI 호황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AI 투자가 미국 국내총생산의 1.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링크트인은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에서 생긴 신규 일자리 75만 개가 AI와 관련됐다고 집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은 이러한 AI 투자와 고용 창출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급락은 이러한 미국의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반도체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는데, 미국에서의 건설 차질은 반도체 수요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삼성전자가 7% 하락하고 SK하이닉스가 9% 하락한 것은 이러한 우려가 주가에 직결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규제 강화가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대형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향후 미국의 규제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