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간선거 패배에 유럽 '안도'와 '우려' 동시다발
트럼프 공화당의 중간선거 완패에 유럽은 표면적으로 '사필귀정'이라며 안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내 정치에서 좌절한 트럼프가 외교 정책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레임덕'이 아닌 '광견'이 될 수 있는 트럼프에 대비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완패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각 회원국이 상반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해온 유럽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를 '사필귀정(당연한 결과)'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국내 정치에서 좌절한 트럼프가 대통령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 외교 정책 분야에서 유럽을 향한 무차별적 공격을 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유럽 외교가와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이 같은 양가적 태도는 현재 미-유럽 관계의 긴장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와 지난 1년여간 벌인 갈등의 역사가 유럽의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관세 분쟁과 방위비 문제에서 시작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력 분담, 유럽 주둔 미군 철수 위협, 심지어 그린란드 병합까지 제기하며 유럽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트럼프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으로 80년 역사의 '대서양 동맹'을 흔들었다. 지난해 8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럽 정상들을 자신의 책상에 불러모아 훈계하는 장면은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세계 언론은 "유럽 정상들이 마치 교장 선생님에게 혼나고 있는 문제아들 같다"고 보도했고, 유럽에서는 "굴욕적 좌석 배치"라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좌절을 일종의 '정의로운 결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럽 지도자들의 공식 입장은 비교적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이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새로운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를 바란다"며 미-EU 간 '훨씬 더 강한 협력'을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민이 증오, 성차별주의, 기후변화 부정, 엘리트 계층의 특권에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고 해석했다. 영국의 앤디 버넘 총리는 생활비 위기와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의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승리"라며 "유권자들이 '트럼프는 트럼프만 신경 쓴다'고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트럼프의 패배를 유럽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유럽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정치적 좌절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 EU 외교관은 "그는 '레임덕'(다리 저는 오리)보다는 '매드독'(광견)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로뉴스는 "트럼프가 의회에서 국내 의제 추진에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면서 대통령 재량권이 훨씬 큰 외교 정책으로 더욱 기울어져 주도권을 되찾고 유산을 공고히 하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은 상처받은 트럼프로부터의 역풍을 피하고자 현행 노선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뮌헨안보회의(MSC)의 볼프강 이싱어 의장은 "더 우호적인 대서양 관계가 아니라 더 큰 불화와 트럼프의 더 많은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이탈리아 중도좌파 브란도 베니페이 의원은 "앞으로 2년간 트럼프가 훨씬 더 변덕스러운 외교 정책을 펼쳐 유럽을 곤란하게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대한 그의 결정이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유럽이 직면한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의 정치적 패배는 유럽에 일시적 안도감을 주었지만, 그것이 곧 장기적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국내 정치에서 좌절한 트럼프가 외교 정책이라는 자신의 '영역'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은 현재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대미 외교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