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남·경북에 지역의대 신설…교수진 확보·정착 여건 우려
정부가 전남광주의 순천대(60명)와 경북의 경국대(40명)에 지역의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2030년 첫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미니 의대로 인한 교수진 확보 어려움과 의사 지역 정착 여건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 취약지인 전남광주와 경북 지역에 지역의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4일 순천대와 경국대를 지역의대 신설 대학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의료 취약지인 전남과 경북 지역의 의대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것을 이행하는 조치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 필수·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하려는 취지를 밝혔다.
두 대학의 정원 배정은 의료 접근성, 인구 대비 활동 의사 수, 65세 이상 노인 비율, 입원환자 외부 유출률 등 4개 분야의 13개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순천대는 당초 100명의 정원을 희망했으나 개교 초기에 대규모 정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60명을 배정받았다. 경국대는 50명을 신청했으나 경주시에 이미 정원 55명의 동국대 의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40명으로 조정됐다. 당초 한 지역만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 곳이 모두 선정되면서 두 대학 모두 신청 규모보다 적은 인원을 배정받은 것이다.
신설 의대는 2030년 첫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며, 2031년까지 2년간 현 정원을 유지한 뒤 2032년부터 조정될 수 있다. 정부는 2029년 의사인력 수급 재추계 때 대학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여건 등을 고려해 2032년 이후 정원 배정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첫 신입생이 본과 1학년이 되는 2032년까지 각 지역에 교육 및 수련병원을 확충할 계획도 수립했다. 경국대 의대의 실습과 수련을 위해 안동의료원이 국립대병원으로 확대 개편될 예정이며, 순천 지역도 대학병원급 수준의 의료 인프라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신설 의대가 정원 50명 안팎의 '미니 의대'로 개교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교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 따르면 순천대와 경국대는 각각 최소 112명 이상의 전임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지방의대들도 교수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30년에는 전북 남원시에도 정원 100명의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특히 기초의학 교수 확보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기초의학 교수는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며 "내과, 외과 등 필수과 임상 교수들의 수도권 이탈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대 신설만으로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학생이나 교수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의대 신설이 실제 지역의료 수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없다"며 "의사의 지역 정착을 위해선 졸업 후 수련 기회, 안정적인 진료 환경, 적정한 보상,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이 복합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개교 초기에는 임상 실습 없이 기초의학 교양 수업 등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생명과학, 화학 등 기존 교수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순천과의 경합에서 탈락한 목포대는 헌법소원 추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