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후 비밀번호보다 먼저 챙겨야 할 6가지 방어 습관
최근 고위층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이 비밀번호 변경보다 우선해야 할 개인정보 보호 방법 6가지를 제시했다. 인증번호 관리, 이메일 분리, 휴대전화 명의도용 감시, 신분증 사진 관리, 앱 권한 점검, 오래된 계정 정리 등을 통해 다층적인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

최근 대통령 부부와 국무위원 등 168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더 이상 특정 기관이나 유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각심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밀번호를 어렵게 설정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미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일부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갔다면 범죄자는 이를 조합해 피해자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를 지키는 습관뿐 아니라 유출된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여러 겹으로 만드는 생활 습관이 절실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인증번호를 대하는 태도다. 은행이나 통신사, 공공기관 등에서 문자메시지로 받은 인증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계정 접근이나 본인 확인을 허용하는 일회용 열쇠다. 상대방이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도 인증번호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 실제 기관의 직원이라고 주장하면 전화를 끊고 공식 홈페이지나 앱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문자로 도착한 인증번호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과 내가 직접 공식 앱에 입력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이라도 인증번호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주소는 온라인 생활의 사실상 신분증이다. 회원가입부터 비밀번호 재설정, 금융거래 알림까지 수많은 서비스가 이메일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다른 계정까지 연쇄적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입 목적에 따라 이메일 주소를 분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금융·공공서비스에는 주로 사용하는 주소를 쓰고, 쇼핑·이벤트·뉴스레터 등에는 별도의 이메일 주소나 해당 서비스가 지원하는 이메일 별칭 기능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메일 주소를 나눠 쓰면 어느 서비스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추적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습관은 반드시 버려야 하며, 비밀번호 관리자를 활용해 사이트마다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이메일과 금융 계정에는 다중인증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주의해야 할 피해 가운데 하나는 휴대전화 명의도용이다. 유출된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의 정보가 통신서비스 부정 개통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휴대전화가 갑자기 통화 불능 상태가 되거나 통신사에서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가입·번호이동 관련 안내가 도착한다면 단순한 통신 장애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통신사에 즉시 연락해 회선 상태와 가입 변경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무료 명의도용방지서비스 '엠세이퍼'도 활용할 만하다. 홈페이지에서 본인 명의로 개통된 통신서비스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이동전화 신규 개통을 사전에 제한하는 가입제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평소 가입제한을 설정해두면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의외로 놓치기 쉬운 것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이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뒤 제출 용도로 사용하고도 사진첩에 그대로 남겨두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신분증 사진은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 주소, 고유식별정보 등이 한꺼번에 담긴 고위험 정보다. 클라우드 사진 백업이나 여러 기기 간 동기화가 설정돼 있다면 정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 복제될 수도 있다. 신분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면 제출처와 이용 목적을 확인하고, 가능한 경우 해당 기관이 요구하는 항목 외의 정보는 가림 처리하는 것이 좋다. 사본에는 제출 목적과 날짜를 워터마크로 표시해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사용을 마친 신분증 사진은 불필요하게 보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단순히 휴대전화에서 삭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최근 삭제 항목과 클라우드 동기화 여부까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앱을 설치할 때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동의 항목을 자세히 읽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설치 이후에도 앱이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이나 연락처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앱이 해당 권한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치정보도 항상 허용할 이유가 없다면 앱 사용 중에만 허용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편이 낫다. 사용하지 않는 앱은 삭제하고, 남아 있는 앱의 카메라·마이크·위치·연락처 접근 권한도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벤트 응모나 할인쿠폰 발급을 이유로 연락처 전체 접근을 요구하는 앱은 한 번 더 따져봐야 한다. 내 정보뿐 아니라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의 전화번호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지우는 일도 보호의 한 방법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운영하는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에서는 계정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 포털에서는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웹사이트 회원탈퇴 지원 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확인 결과가 없다고 해서 정보가 안전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서비스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오래된 계정과 사용하지 않는 앱을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한 번의 비밀번호 변경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름과 전화번호가 유출됐다고 해서 당장 모든 금융·통신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출된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범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증번호 관리, 이메일 분리, 휴대전화 명의도용 감시, 신분증 사진 관리, 앱 권한 점검, 오래된 계정 정리 등 6가지 생활 습관을 통해 다층적인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습관들이 일상화된다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