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168명 유출, 외교부 '조사 중' 입장만 반복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 168명의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5개월간 노출됐다. 외교부는 해킹이 아닌 유출로 규정하며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으나, 정보 인지 시점과 유출 경로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공군 1호기 탑승자들의 여권번호, 생년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일 악성코드 검사 사이트인 바이러스토털에 올려진 파일에는 이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성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현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와 외교부 소속 직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 청와대 출입기자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인원은 168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해당 파일이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 일주일 전부터 약 5개월간 외부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보안 체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을 해킹이 아닌 '정보 유출'로 규정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는 사전에 해당 유출 사실을 확인한 즉시 관계기관에 수사와 조사를 요청했으며, 현재 경찰청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조해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긴급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결과 시스템에서 비정상적인 접근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근거로 해킹보다는 문서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보 유출을 인지한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지, 파일이 외부 사이트에 게시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명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규명해야 할 의문점들이 적지 않다. 해당 자료가 외교부 내부 업무망인 인트라넷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인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하다. 정보 유출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단순 실수에 따른 것인지도 규명되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의전장실은 대통령 해외 순방을 총괄하는 실무 부서로 1호기 탑승 명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해당 자료는 보안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의전장실 직원이 해당 파일을 게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외교부는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바이러스토털 웹사이트는 외교부 내부에서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가 아닌 것으로 파악되면서, 보안 관리 체계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정부기관들도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정식 수사에 돌입했으며, 외교부는 대통령 순방 관련 업무에 사용된 PC와 이메일 등에 대한 기술적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도 유출 사실을 신고했으며, 개인정보보호위는 사실관계 확인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피해 인원들의 여권 재발급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개인정보 삭제와 추가 유출 여부 확인에도 나섰다. 한편 국정원은 인공지능 기반 해킹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1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긴급 보안점검을 착수했으나, 이번 점검은 공군 1호기 개인정보 노출과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국가 지도자의 동향과 신원 정보가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국가 보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 순방단의 개인정보가 5개월간 외부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언제 이를 인지했는지, 누가 어떤 경로로 정보를 유출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재하다는 점은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외교부의 "조사 중"이라는 반복적인 답변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정보 유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가 규명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체계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