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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가격 인상으로 실적 방어했지만 성장 둔화 신호 곳곳

애플이 3분기 실적에서 월가 예상을 소폭 상회했지만, 가격 인상에 의존한 성과로 평가받으면서 아이폰 판매 둔화와 서비스 성장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 성장률도 기대치에 못 미쳤으며, 높은 기업가치 대비 낮은 이익 증가율이 향후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플, 가격 인상으로 실적 방어했지만 성장 둔화 신호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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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3분기 실적에서 월가 예상을 소폭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 배경이 가격 인상에 크게 의존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47.9%로 시장 전망을 넘어섰다. 다만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4%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숫자 이면의 구조적 문제들을 시장이 이미 감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이 이번 분기 실적을 지탱한 핵심 요소는 제품 가격 인상이었다. 지난 분기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이 급등하자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케반 파레크 최고재무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상대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이 상승했지만 가격 인상이 일부 부담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익률을 유지한 것인데,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려면 실질적인 기술 혁신과 새로운 기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애플의 핵심 사업인 아이폰의 경우 제품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신제품 구매를 미루게 되는데, 가격만 올라간 제품으로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어렵다. 다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품이 등장했다. 1999달러 가격대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는 출시 직후 주문이 몰려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까지 밀린 상태다. 이는 혁신적인 폼팩터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아이폰 듀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시장의 성장 부진이 애플의 주요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중국은 이미 폴더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경쟁 시장이며, 애플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28%에 못 미쳤다. 이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수익 사업으로 평가받는 서비스 부문의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앱스토어와 각종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서비스 사업은 하드웨어보다 이익률이 높아 애플의 주요 수익원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법원과 규제당국이 앱스토어 수수료 부과에 제동을 걸면서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로 인한 서비스 수익 감소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는 애플 앱스토어에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안겨준 주요 앱이었으나, 지난 여름 애플이 오픈AI를 영업비밀 탈취 혐의로 고발한 이후 오픈AI는 유료 구독 이용자들을 자사 웹사이트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결제하도록 해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이는 향후 개발사들이 애플의 플랫폼 통제에 저항할 가능성을 높인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현재 기업가치 평가가 내년 예상 순이익의 3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주식시장보다 높은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예상 이익 증가율은 1%에 그쳐 다른 기술기업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이 문제다.

양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보고서에서 "현재의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아이폰 판매 증가율을 높이고 서비스 사업의 성장 둔화를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애플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 9월 취임한 존 터너스 신임 최고경영자는 이러한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 혁신적인 제품 개발, 그리고 서비스 사업의 성장성 회복이 터너스 CEO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애플이 가격 인상에 의존한 실적 방어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애플의 주가와 투자자 신뢰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