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연기인생 마감한 '국민 아버지' 최불암, 영면
한국 드라마의 황금기를 이끈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2일 영면에 들었다. 염수정 추기경이 장례미사를 집전했으며, 후배 배우들과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60년 연기 인생을 추모했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수십 년간 국민의 안방극장을 지킨 배우 최불암이 2일 영면에 들었다. 유족과 동료 배우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으며, 종교계 인사와 문화계 동료들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연기인의 삶을 추모했다.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후 60년 이상 한국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누비며 세대를 초월한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거장이었다.
고인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배우 김혜수, 정준호, 신현준, 송일국, 강석우 등 후배 배우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운구 행렬이 진행되자 배우자인 김민자는 김혜수의 부축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고, 신현준은 운구차를 붙잡고 오열했다. 평소 고인의 딸처럼 따르며 장례 기간 빈소를 지킨 김혜수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는 고인이 후배 배우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으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전 9시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고인은 2018년 염 추기경 주례로 세례를 받고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얻었으며, 염 추기경은 지난달 20일 고인이 입원 중일 때 병실을 방문해 병자성사를 집전한 데 이어 이날 마지막 길도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추도사에서 고인을 "'수사반장' 박영한, '전원일기' 김 회장,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네 밥상을 알려주신 국민 아버지이자 국민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연기에 바쳐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며 "고인의 평생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고인을 추모하며 '아베 마리아'를 불러 장례미사를 더욱 엄숙하게 만들었다.
장례미사를 마친 운구 행렬은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로 향했다. 생전 "사후에 재단을 방문해달라"고 남긴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고인은 '전원일기'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내용을 연기한 것을 계기로 아동 후원을 시작했으며, 45년간 재단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국민은 고인을 국민 아버지로 기억하며, 국민께 받은 사랑을 우리 사회에 나눠주신 분"이라며 "고인의 사랑 속에서 자란 어린이들의 감사의 마음을 모아 고별인사를 올린다"고 추모했다. 이는 고인이 연기 활동뿐 아니라 사회 환원에도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후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무대 위의 배우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1971년부터 18년간 방송된 '수사반장'과 1980년부터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한국 드라마의 황금기를 함께 만들어갔다. 2011년부터는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의 밥상과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해왔다. 정부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성장기를 이끈 고인의 공로를 인정하여 지난달 30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은 이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되었으며, 그의 60년 연기 인생과 따뜻한 인품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