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조직 AI 악용 심화…금융권 공격 확산 우려
북한 해킹조직 8곳 중 3곳이 AI를 일상적 공격 업무에 통합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과 국내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연계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해킹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가 유출된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북한 해킹 기술에 인공지능(AI)이 본격 결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위협 인텔리전스 팀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 8곳 중 3곳이 이미 AI를 일상적인 공격 업무에 통합한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단순히 AI를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실전 운영 환경에서 활용 중이라는 의미로, 사이버 위협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바이낸스 해킹 사건의 구체적 수법은 북한이 그간 써온 관행과 일치한다. 바이낸스 측은 초기 조사 결과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되고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이 악용됐다고 밝혔으며, 지갑 개인키가 유출된 증거는 없다고 했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의 기술적 빈틈보다 내부 직원의 장비를 먼저 노린 것으로, 구글클라우드와 보안업체 위즈가 분석한 북한 해킹조직의 전형적 행태와 부합한다. 북한 해커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채용담당자로 위장해 표적 기업의 직원에게 악성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는데, 이러한 사전 준비 단계에서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AI 악용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표적 조사와 가짜 신원 및 '미끼 문서' 제작이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안업체 지니언스는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거대언어모델(LLM)과 검색증강생성(RAG) 환경을 구축한 정황을 공개했으며, 이를 '탈취 문서 분석과 정보 추출, 공격 업무 자동화를 위한 시도'로 평가했다. RAG 기술은 AI가 외부 자료를 검색해 답변에 반영하도록 하는 기법으로, 북한이 이를 실제 작전에 도입했다는 것은 해킹 기술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사이버보안업체 스텔스몰의 사이먼 최 최고기술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해커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며 "북한은 사이버 공격에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지옥문이 열린 셈"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금융권도 이러한 위협의 최전선에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은행 등 금융사 7곳에서 개인정보 6만 8000여 건이 잇따라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금융당국은 동일 공격자가 AI 도구로 여러 금융사를 대량·자동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격에 사용된 IP에서는 오픈소스 AI 침투테스트 도구인 '아르텍스'의 흔적이 확인됐으며, MS 보고서에서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안다리엘' 등이 10월 하순부터 아르텍스를 작전에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은행 공격 시점과 차이가 있고 공격 주체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두 사건을 직접 연결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국내 은행 해킹은 핵심 거래망이 아니라 대출모집인 시스템 같은 관리 사각지대를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공포'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MS도 보고서에서 "북한의 AI 기반 작전은 여전히 인간의 개입 하에 있으며 완전 자율화 단계는 아니다"라고 명시했으며, 실제 피해는 기본 보안 체계가 무너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사람 해커가 일일이 찾던 취약점을 이제는 AI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명백한 위협의 증대를 의미한다. 향후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이 AI와 결합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신속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권과 정부 당국의 선제적 대응과 기본 보안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