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만이 아닌 '존재 자체의 의미' 찾는 어른 되기
숙명여대 이형진 교수는 일본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통해 사회적 성공만을 어른의 척도로 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며, 존재 자체의 의미를 찾는 것이 진정한 어른 되기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성공이 인생의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형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2016년)에 담긴 명문장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이 문장은 사회가 강요하는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에서 진정한 어른다움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촉구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마치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하나의 경쟁 게임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이 개인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우리 교육 체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생활기록부의 진로 희망 칸에 아직 경험해보지도 않은 직업을 기입하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정작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교육 과정은 부재한다. 이는 직업이나 학력 같은 외적 성취만을 어른의 척도로 삼는 사회적 풍토를 반영한다. TV나 소셜미디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다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성공과 어른이 동일시되는 경쟁의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간다. 원하는 대학이나 직업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주인공 료타는 한때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던 신인 소설가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흥신소 일로 근근이 살면서 도박으로 생활비까지 날리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결국 이혼을 당한 한심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었다.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한 번의 성공이 영원한 어른다움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료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성취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성숙함과 깨달음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료타의 어머니는 키우는 화분의 꽃을 가리키며 아들을 위로한다. "꽃도 열매도 안 생기지만 너라고 생각하고 날마다 물을 주고 있어. 어쨌든 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어"라는 말씀은 어른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눈에 띄는 성과나 화려한 성공 없이도 존재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위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원하는 대학이나 직업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꿈꾸던 어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어른이 되는 길이 단순히 나이가 쌓이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멤버십과 같다면 그것은 서글픈 일일 것이다. 나이가 어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어른이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사회적 성공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 속에서 타인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다움일 수 있다. 이형진 교수는 "나는 어릴 때 꿈꾸던 어른이 되고 있는지"라는 자문을 통해 각자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찾기를 권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