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최불암 별세, 연기인·정계 추모 물결
한국 드라마 역사를 대표하는 배우 최불암이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등에서 보여준 따뜻한 연기와 인품으로 후배 배우와 정계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으며, 정부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안방극장의 상징이자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은 배우 최불암이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이후 MBC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 등 수많은 국민 캐릭터를 창조하며 한국 드라마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지난해 3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고인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별세했다.
최불암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들과 동료 연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부부 역할을 함께한 배우 김혜자는 빈소를 찾아 "죽으면 또 만날 텐데, 마지막이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슬픔을 표했다. 그는 "저 사람에 대한 추억을 다 기억하며 살 거다. 그리운 사람이니까"라고 눈물로 고인을 추모했다. 극중 연인으로 만나 실제 부부가 된 배우 김지영과 남성진도 31일 조문했으며, 남성진은 "따뜻한 마음을 항상 나누시고 누구나 살갑게 챙겨주셨던 큰어른"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둘째 아들' 역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년간 내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원로 배우들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배우 나문희는 "최불암씨, 먼저 가셨네.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아주 섭섭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우 백일섭은 "불암이 형과 술 마실 때 형 눈을 보면 편했다. 금방 가실 줄 몰랐다. 90세는 넘기셔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었다. 서울 중앙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이었던 배우 오지명은 "맨날 네가 먼저 죽냐, 내가 먼저 죽냐 그랬는데 자기가 먼저 갔다"며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오래 살아서"라고 고인에게 전하듯 말했다.
후배 배우들도 최불암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추모했다. 드라마 '사모곡'에서 최불암의 아내 역 김민자와 모녀 사이를 연기한 후 특별한 인연을 맺은 배우 김혜수는 사흘 동안 빈소에 머무르며 유족의 곁을 지켰다. '수사반장 1958'에서 젊은 박영한 역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은 "선생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었다"고 추모했으며, 이 드라마는 고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되었다. 배우 채시라는 SNS에 최불암과 함께 출연한 '미망'의 한 장면을 공개하며 "함께해주셔서 감사했고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배움이었다"고 적었다.
정부와 방송사도 국민배우의 별세를 추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별세 소식 직후 SNS에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려 하셨던 선생님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직접 전달했다. KBS는 지난달 30일과 1일 2부작 다큐멘터리 '특집 다큐 그리운 안방손님, 최불암'과 '특집 다큐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편성했다. MBC도 지난 5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 1·2부를 추모하는 의미로 재방송했다.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은 인천 제물포구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술대학,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후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 격으로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 MBC '그대 그리고 나'의 캡틴 박 등으로 활약하며 '국민 배우'로 불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으로 시청자를 만나며 따뜻한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최불암이 남긴 수많은 캐릭터와 따뜻한 인품은 한국 드라마 역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