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어 부캉이는 왜 돌아오지 못할까…지구자기장 학습 실패 추정
부산에 나타난 흑상어 부캉이가 남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자기장 감지 능력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상어는 경험한 자기장 정보만 읽어낼 수 있는데, 부산 앞바다는 부캉이의 학습 데이터에 없는 낯선 환경이라는 뜻이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난화가 야생동물의 생존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났던 3미터 길이의 암컷 흑상어 부캉이의 행동이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월 22일 세 번째 외해 유도 작업으로 수로 밖으로 내보내졌던 부캉이는 밤사이 다시 수로로 돌아왔고, 이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단순한 야생동물 사건을 넘어 뇌과학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열대·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흑상어가 부산 앞바다까지 북상하게 된 이유와 왜 남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흑상어의 북상 현상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우리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열대·아열대 물고기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상어와 참치 같은 포식자도 뒤따라온 것이다. 부캉이는 일본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먹이를 따라 북상하다가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이 도래하면 수온 하락은 열대·아열대 어종인 흑상어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어 당국이 외해 유도 작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근해에서는 최근 참치 같은 고급 어종이 많이 잡히고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캉이가 남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자기장 감지 능력의 한계에 있을 수 있다. 상어는 철새나 바다거북처럼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잡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21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귀상어는 원형 수조에서 자기장 정보를 읽고 서식지 방향으로 헤엄쳤다. 연구진이 원래 서식지, 남쪽으로 6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북쪽으로 6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의 자기장을 각각 재현했을 때 귀상어는 남쪽 자기장에서는 북쪽을 향해 헤엄쳤지만 북쪽 자기장에서는 무작위로 움직였다. 이는 상어가 평소 경험한 자기장 정보만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부캉이의 상황을 이 연구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부캉이는 오키나와나 대만 해역의 자기장 정보로 길을 찾던 상어가 먹이를 쫓아 너무 멀리 북상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 앞바다의 자기장은 부캉이의 학습 데이터에 없는 낯선 환경이므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부캉이가 수로에 오래 머물렀던 것도 이러한 방향감각 상실 때문일 수 있다. 물살이 잔잔하고 먹이도 있는 수로는 헤맨 부캉이에게 일시적 안식처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외해 유도 작업으로 수로를 떠났지만 여전히 부산 앞바다를 맴도는 이유도 방향감각이 손상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먼 거리까지 와버려 돌아갈 길을 잃었기 때문일 수 있다.
상어가 지구자기장을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주둥이 주변의 로렌치니 기관이라는 전기 수용 기관이 감지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비둘기 뇌 연구에서 지구자기장 정보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발견되었지만, 구체적인 신경 메커니즘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부캉이도 비슷한 신경생물학적 미스터리를 안고 있을 수 있다. 다만 부캉이의 사례는 기후변화가 야생동물의 생존 환경을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올해 상반기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에 이어 상어 부캉이까지 우리가 두려워하던 존재들이 처한 딱한 처지는 결국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오기 전 부캉이가 남쪽으로 내려가는 먹이 물고기 떼를 따라 무사히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부산 앞바다를 끝내 떠나지 못한다면 방향감각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부캉이의 여정은 단순한 동물 뉴스를 넘어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수많은 동식물이 살던 곳을 잃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더 큰 문제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그 원인의 대부분을 제공한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