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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 삶 정리 다큐 요청했던 故최불암, 재편성 방송으로 추모

故최불암이 투병 중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MBC 제작진에게 직접 요청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MBC는 지난 5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를 재편성해 추모 방송으로 내보냈으며, 제작진은 고인의 마지막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고(故) 최불암이 투병 중에도 자신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염원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지난 29일 별세한 최불암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5월 방송했던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를 재편성해 30일 방송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가 투병 중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는 대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그의 마지막 염원이 결국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실현된 셈이다.

김현기 MBC PD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불암과의 인연과 다큐 제작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김 PD에 따르면 지난해 초순 최불암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자네가 내 다큐 좀 만들어줘'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최불암은 이미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두 사람은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을 함께 제작한 인연이 있었고, 이것이 최불암이 김 PD에게 다큐 제작을 의뢰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파하, 최불암입니다'는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맏아들 역을 맡았던 배우 박상원이 프리젠터로 참여해 최불암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당초 최불암은 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재활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는 가족의 반대로 출연이 무산되었다. 김 PD는 "선생님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고, 결국 선생님은 그 다큐에 출연하지 못하셨다"며 "자신의 병약해진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대배우의 자존심이 느껴져 아무도 출연을 강권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예술인으로서의 품격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최불암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PD는 최불암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고인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선생님이 보낸 문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한 편의 시였다"며 "누구보다 아름다운 인사말을 건네는 분이었고, 그의 빼어났던 연기처럼 글도 뛰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불과 이틀 전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이리 빨리 떠나실 줄 몰랐다"며 "황망할 틈도 없이 선생님을 위해 만들었던 다큐를 재편집해 방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작진이 얼마나 급작스럽게 추도 방송을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최불암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1년부터 진행해온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는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김 PD는 "그새 난 다시 다큐팀장으로 돌아왔고 다큐로 선생님을 추모하는 건 내 일이 돼 있었다"며 "이것도 선생님과의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투병 중에도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최불암의 염원이 결국 추모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실현되면서, 그의 마지막 요청이 의미 있게 완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