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단일 대량 철회 기록 경신, 하루에 1,417편 논문 삭제
IEEE가 하루 동안 1,417편의 학술대회 논문을 일괄 철회했다. 이는 학술 출판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대량 철회이며, 모두 논문 판매 사기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IEEE의 총 철회 논문은 3,000편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공학 전문 학회인 IEEE(미국전기전자공학회)가 지난 10월 23일 하루 동안 1,417편의 학술대회 논문을 일괄 철회했다. 이는 학술 출판사가 기록한 가장 큰 규모의 단일 대량 철회 사건으로, 연구 무결성 전문가들이 확인했다. IEEE는 10월 28일 성명을 통해 이같은 조치를 공식 발표했으며, 철회된 논문들이 논문 판매 사기 조직의 광고와 연계되어 있다는 외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회 대상이 된 논문들은 모두 '논문 공장'이라 불리는 논문 판매 사기 조직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연구 무결성 전문가 안나 아발키나와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사이 IEEE가 개최한 366개 학술대회에서 2,062편의 의심 논문이 발견됐다. 이들 논문은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저자 자리를 판매하는 논문 공장의 광고와 정확하거나 유사하게 일치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IEEE는 공식 성명에서 이 논문들이 "판매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으며, IEEE의 출판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발키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4월에 사전 공개되었다가 이달 학술지 '책임성 있는 연구'에 정식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학술대회 논문의 저자 자리를 판매하는 광고 4,407건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제1저자 자리의 가격은 43달러에서 400달러 사이, 마지막 저자 자리는 11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로 책정되어 있었다. 특히 5편 이상의 의심 논문을 게재한 IEEE 산하 109개 학술대회 중 95개가 인도에서 개최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 뉴스팀의 분석에 따르면 2,062편의 의심 논문 중 1,622편이 이미 IEEE에 의해 철회됐으며, 올해 IEEE가 철회한 논문은 총 3,000편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IEEE가 논문 공장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그 규모와 활동 범위에 있다. IEEE는 190개국에 53만 3,000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연간 약 250개의 학술지를 발행하고 2,000개 이상의 학술대회를 후원한다. 이를 통해 매년 약 35만 편의 학술대회 논문이 발표된다. 체코 서보헤미아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마리에 쿠네쇼바는 "논문 공장은 공개 시장이며, 판매 광고는 소셜미디어에 공개되어 있다.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누구나 구매할 수 있으며, 누구나 추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량 철회는 IEEE 역사에서 처음이 아니다. 2015년 IEEE는 2011년 한 학술대회에서 1,200편 이상의 논문과 초록을 일괄 철회한 바 있다. 다른 출판사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현재는 폐지된 런던 기반 와일리의 자회사 힌다위는 2023년 말까지 9,500편 이상의 논문을 철회했으며, 이 중 한 차례에 567편을 한꺼번에 철회하기도 했다. 아발키나는 "이렇게 빨리 조치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IEEE의 신속한 대응을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학술 출판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연구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학술 출판사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