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국 과의존 탈피 위해 EU와 '준회원국' 협력 추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EU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몬트리올에서 EU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준회원국' 지위를 통한 새로운 협력 체계를 제안했으며, 우주 기술, 인공지능, 핵심 광물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의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30일 몬트리올에서 우르술라 폰데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 등 EU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진 후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인들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내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같은 가치를 지닌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다양화하고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어려운 통상 협상 와중에 나온 발언으로, 캐나다가 미국 중심의 북미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동맹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U와 캐나다는 현재 두 지역 간의 새로운 협력 관계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다. 특히 폰데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준회원국" 지위를 둘러싼 논의가 핵심이다. 이 지위는 현재 어떤 국가도 보유하지 않은 새로운 범주로, 유럽연합에 완전히 가입하지는 않으면서도 최대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카니 총리는 이 개념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정확한 용어가 무엇이든 핵심은 유럽연합의 정회원이 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가장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EU 가입은 불가능하지만, 준회원국 지위는 실질적인 협력의 틀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의 프리드리히 머츠 총리는 이러한 "준회원국" 용어의 사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EU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카니 총리는 이러한 용어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새로운 대서양 블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의 다양한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확히 했다. 카니 총리는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가까운 파트너이며 나토 동맹국"이라며 "미국과의 협력 기회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분야에서 캐나다와 유럽 간의 협력이 캐나다와 미국 간의 협력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U와 캐나다 간 협력 확대의 구체적 영역들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기존의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유무역협정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욱 심화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포함한 호라이즌 유럽 같은 연구 협력 사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카니 총리가 특히 주목하는 새로운 협력 분야는 우주 기술, 인공지능, 핵심 광물 등이다. 이러한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캐나다가 기술 혁신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핵심 광물의 경우, 캐나다의 풍부한 자원과 EU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으로, 양측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
캐나다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국제 정치 경제의 구도 변화를 반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 캐나다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캐나다로 하여금 경제적 다각화를 추구하도록 만든 것이다. 카니 총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캐나다 정부가 장기적 경제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와의 준회원국 체계 구축은 캐나다가 북미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국제 무역 질서와 지정학적 동맹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경제 협력 강화라는 맥락에서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