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으로 얼룩진 청와대 국감, 12년 만에 오후 개최
청와대 국정감사가 여야의 정치 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하며 12년 만에 오후에 개최됐다. 민주당의 정회 요구와 국민의힘의 증인 소환 거부로 국감의 실질적 기능이 훼손되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 2년차 국회 국정감사의 핵심으로 꼽혔던 청와대 국감이 여야의 정치 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하며 '맹탕 국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내란 옹호'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두 차례에 걸쳐 정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특히 이번 국감이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오후에 개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감의 위상이 크게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국감은 대부분 오전부터 시작하는 '종일 국감' 형태로 진행되어 왔으나, 이번에는 야당의 의도적 시간 지연 전략으로 인해 오후부터 시작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정회 요구는 김태규 의원이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전두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내란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대법원 판결로 인정된 내란마저 부정하는 행위'라며 맹렬히 비판했고, 운영위는 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김 의원이 신상 발언 기회를 요청하자 민주당 원내대표인 한병도 운영위원장이 이를 거부했고, 이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정면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국감은 2시간도 채 진행되지 못한 채 첫 정회에 들어갔다. 오후 5시 46분 국감이 재개됐으나, 김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헌법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자 여당이 '이게 사과냐'며 재차 반발했고, 한 위원장은 9분 만에 다시 정회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국감 재개 후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김미애 의원은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등 청와대 인사들의 개입 의혹,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검증 책임, 김용범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관여한 부동산 정책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정책 결정 과정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증인을 민주당이 모두 거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29명을 인사청문보고서도 없이 임명 강행했다'며 역공을 펼쳤다. 결국 국감의 핵심 증인으로 예정됐던 김용범, 강훈식 등의 출석이 무산되면서 국민의힘의 집중 공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임광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감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실장은 '그간 장관 후보자 5명이 낙마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인사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송구함을 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책임 소재나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임 실장의 '국경선' 발언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국경선이라는 것이 군사분계선(MDL)을 의미하는 건가'라고 따져 묻자, 임 실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지 말고 용어 선택에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청와대의 용어 사용에 대한 안보 감시 차원의 질의로 평가된다.
이번 청와대 국감의 파행으로 '국감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청와대 국감을 유야무야 시키기 위한 국감 방해 책동'이라며 '민주당이 시간을 끌수록 밤샘 국감과 철야 국감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일방적으로 회의를 파기하는 국민의힘에 엄중한 유감을 표한다'고 맞대응했다. 올해 국감에서는 시작부터 여야가 막말 충돌을 벌인 뒤 유튜브 쇼츠에 영상을 올려 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받으려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쇼츠 국감'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운영위의 국회사무처 국감과 정보위의 국방방첩본부 국감을 끝으로 올해 국감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