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주주환원 구체화 부재로 삼성전자 주가 4% 급락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영업이익 107조원)을 기록했으나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 부재로 주가가 4% 급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60조원 규모의 명확한 주주환원책 발표로 2%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 규모보다 기업의 구체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9일 국내 증시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405억원이라는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4% 이상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83조원대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주가가 2%대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실적 규모보다 기업이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체적인 의지와 실행 계획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스피는 이날 5937.66으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74.78포인트(1.24%)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6017.22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6100.11까지 올라가며 상승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심리가 급격히 변했다. 지수는 한때 5817.92까지 떨어졌으며, 전날 6.63% 급등하며 10거래일 만에 회복했던 6000선을 하루 만에 다시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33억원과 69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4471억원을 순매도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연결 기준 매출은 195조 2532억원, 영업이익은 107조 44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9%, 783.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24만 9000원까지 올랐다가 실적 발표를 전후로 약세로 전환해 최종 23만 2000원에 마감했다. 4.13%의 낙폭은 긍정적인 실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반응이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영곤 센터장은 "역대 최대 실적은 잠정실적 발표에서 이미 확인된 사안"이라며 "주주환원 기조는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일부 실망 매물이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계획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점이 주가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를 90조~110조원으로 예상했으며, 이미 집행하거나 확정한 35조원을 제외한 잔여 재원이 55조~75조원이라고 밝혔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환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실행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미뤄졌다. 이 같은 모호함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고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52만 6000원에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2.62% 올랐다. 같은 수준의 실적을 거두고도 주주환원 계획을 명확히 제시한 기업이 투자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이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돌려줄 것인가가 현대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보여준다.
국내 증시의 약세 배경에는 해외 악재도 작용했다. 간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엇갈린 실적이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흐름이 엇갈렸으며, 특히 알파벳의 매출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공지능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이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도 국내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만들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8.60% 하락했고, 삼성전자우는 3.26%, 현대차는 1.18% 내렸다. 반면 SK스퀘어는 3.47%, KB금융은 1.82%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도 753.23으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18.05포인트(2.34%) 하락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