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정상회담, '가치 공유' 기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9일 청와대 정상회담에서 국제정세 불확실성 속 양국의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안보, 방산, 첨단 과학기술, 경제 안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독일은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대동해 반도체, 양자 컴퓨터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가치를 공유하는 대한민국과 독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한국과 독일이 같은 진영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관계사를 언급하며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만나 양국 관계와 국제정세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양국은 수교 이후 140여 년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특히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룬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과거 냉전 상황에서 분열된 국가를 통일한 독일의 경험이 한반도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 모두 세계적인 제조 강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서 핵심 협력 파트너라는 점도 부각됐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양국 간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깊은 유대에 기반한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양국 간에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며 "안보, 방산, 첨단 과학기술, 경제 안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국방, 기술, 에너지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경제 안보와 공급망 안정화는 미국 중심의 '친구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에 부응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현재 우리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들에 맞닥뜨려 있기에 양국의 협력이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수십 년간의 긴밀한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하고자 한다"며 이번 방한의 의의를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대동한 점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는 독일의 적극적 의도를 드러낸다. 메르츠 총리는 "이번에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데려왔고, 내일은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회의(APK)가 열린다"며 "양국의 기업들이 미래 핵심기술, 반도체, 양자 컴퓨터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담은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에서 한국과 독일이 반도체, 양자 컴퓨팅 등 차세대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츠 총리는 내년 가을 베를린에서 열리는 디지털 정상회담에 이 대통령을 초청하며 "직접 독일에 오셔서 디지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양국 간 고위급 외교의 지속적 추진과 디지털·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정세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한국과 독일이 경제, 안보,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