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1년치 선주문 완판…고성능메모리 시장 추격 가속화
삼성전자가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10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7년 HBM 공급 물량을 완판했다. 최신 6세대 HBM4의 성공적인 양산으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중이며, 스마트폰·가전 부문의 구조적 개선과 로봇 사업 진출로 전 분야 초격차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3분기 반도체 사업만으로 10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2027년 공급 물량을 이미 완판하는 등 고성능메모리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이는 최신 6세대 HBM4의 양산 성공과 고객사들의 장기 공급 계약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시장에서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일반 메모리는 물론 고성능 메모리까지 모든 분야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전략 아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HBM 공급 물량은 제품 경쟁력을 감안한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완판된 상태"라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추가 공급 증량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10개 고객사와 장기계약(LTA)을 체결한 데 이어, 현재 추가로 10개 주요 고객과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이 성공하면 삼성전자와 메모리 공급 장기계약을 맺은 고객사는 총 20개로 늘어난다. 이는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HBM 시장에서의 급성장은 최신 6세대 HBM4 제품의 성공적인 양산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하며 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삼성전자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까지 확대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삼성전자가 7세대 제품인 HBM4E까지 경쟁사보다 먼저 샘플을 출하하며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HBM 점유율 격차를 상당 수준 좁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호실적 뒤편에는 부진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의 구조적 개선 계획이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지속된 원가 상승 압력으로 인한 적자 탈출을 위해 자체 개발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성능 이슈로 인해 가격이 비싼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이제 엑시노스의 성능이 충분히 개선돼 상용화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자체 생산 칩을 사용하면 원가 통제가 훨씬 용이해져 수익성 개선에 직결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엑시노스 2700'의 차질 없는 양산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예상했다. 가전 사업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로 일반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 강화와 기업간거래(B2B) 판매 확대로 매출 기반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로봇 사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로보틱스 사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 R&D캠퍼스 내 로보틱스 경험(RX) 사업추진실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을 점검했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3% 하락한 23만2000원에 마감했다. 시장은 기대했던 주주환원 방안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수한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주 가치 환원에 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