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장기계약 20곳으로 확대…내년 HBM 이미 완판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사 10곳과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10곳과 협상 중이다.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으로 분기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으며, 2027년 HBM 물량은 이미 완판 상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사와의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10곳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추가로 10곳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의 급증으로 메모리 칩에 대한 장기 공급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기공급계약은 미래 수요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향후 몇 분기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견고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계약 대상의 다변화다. 기존에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서버 제조업체(OEM), 시스템온칩(SoC) 업체 등 AI 관련 고객사들이 주요 계약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모바일,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네트워크 분야 등으로 장기계약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 인프라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메모리 칩의 수요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추세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은 이러한 메모리 수요 급증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95조 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 면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27%, 영업이익 783%의 급성장을 의미한다. 반도체 사업에서만 106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분기 연속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동시에 갱신했다. 영업이익률도 55.0%로 전 분기 대비 2.8%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메모리 칩의 가격 상승과 수요 급증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메모리 사업 중에서도 특히 HBM4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HBM 매출의 60% 수준을 차지하게 됐다. 메모리사업부 전체 매출은 140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나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초반 목표였던 HBM 점유율을 D램(동적 접근 메모리) 점유율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3분기에 이미 달성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얼마나 강한 입지를 확보했는지를 보여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027년 HBM 공급 물량은 목표 수준 가격으로 협상을 완료해 이미 솔드아웃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HBM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는 의미로, 공급 부족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사업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8나노 이하 공정 가동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내년 고성능컴퓨팅(HPC) 매출 비중도 50%를 넘을 전망이다. 미국 테일러 공장도 클린룸 가동과 장비 반입을 시작하면서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다.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은 삼성전자에게는 가격 인상과 수익성 개선의 기회가 되고 있으며, 장기계약 확대는 이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주주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3분기 주당 4601원, 총 30조원을 현금배당하고 추가로 최대 75조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반도체 사업에 집중된 영업이익 구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DX부문(스마트폰·가전)은 3분기 8000억원의 영업손실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폴더블 신제품 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모바일 메모리 값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DX부문 원가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모바일은 플래그십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변경하고 TV는 프리미엄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