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집 사기' 포기 확산…월세가 연 3400만원 더 싼 이유
미국에서 높은 집값과 6%대 고금리로 인해 집을 사는 것이 월세보다 매달 120만원 이상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는 연간 3400만원, 오스틴은 연간 2300만원 이상 매입 비용이 더 크다.

한국에서는 '영끌을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라'는 말이 진리처럼 통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높은 집값과 6%대를 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인해 집을 사는 것보다 월세를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최신 통계는 이 같은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리얼터닷컴이 지난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50대 대도시권에서 방 0~2개 규모의 소형 주택 평균 월 임대료는 1695달러였다. 같은 조건의 집을 구입할 경우 매달 들어가는 총비용은 평균 2553달러로, 월세살이가 한 달에 858달러(약 120만원)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400만원의 차이가 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50대 대도시 가운데 집을 사는 것이 월세보다 저렴한 지역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주택 매입이 월세보다 비싸진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더욱 극단적인 곳들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경우, 방 0~2개짜리 집의 월 임대료 중간값은 2787달러인 반면 같은 규모 주택을 구입하면 월평균 4836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매달 2049달러, 임대료보다 73.5% 더 비싼 수준이며, 연간으로는 약 34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텍사스 오스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월 임대료가 1378달러인 반면 매입 비용은 3295달러로, 매수 비용이 임대료보다 139.1%나 더 크다. 140만원대의 월세로 살던 사람이 같은 집을 사는 순간 주거비가 330만원 이상으로 급증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집값과 고금리의 조합이다. 리얼터닷컴은 주택 매수 비용 계산 시 집값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를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차입하는 것을 가정했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모기지 형태다. 지난 7월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6.54%였다. 집을 사는 순간 매달 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재산세, 주택보험료, 관리비가 한꺼번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월세와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 것이다. 50만 달러 집을 10% 내고 구입한다면 월 원리금만 약 2800달러에 달하며, 여기에 세금과 보험료 등이 추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월세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미국 50대 대도시의 중간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한 1695달러였고, 2022년 여름 고점과 비교하면 3.9% 낮아졌다. 임대료는 3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매수 시장의 고가격 기조와 대비되는 현상으로, 월세 시장이 점차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월세가 무조건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집을 사는 순간 자산이 쌓이고,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월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이득이 될 수 있다. 리얼터닷컴도 이번 계산은 매달 실제로 빠져나가는 현금 흐름만 단순 비교한 것으로, 향후 집값 상승이나 장기간 쌓이는 주택 자산가치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상황은 단기적 현금 흐름과 장기적 자산 축적 사이의 선택 문제로, 개인의 재정 상황과 인생 계획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