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030년까지 메모리 부족 지속…'메모리 정점론' 잠재워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 14곳과 5년 이상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2027~2028년 물량의 50% 이상을 이미 확보해 중장기 매출 안정성을 높였다. 고객사의 요청 물량이 공급 가능량의 2배를 초과하는 등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시장의 '정점 통과(피크아웃)'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2027년부터 메모리 업체들의 팹 건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하이닉스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시장 회의론을 뒤집는 신호탄이 됐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강한 수요와 장기 계약 확대가 중장기 가격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이닉스는 3분기에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전 분기에 이어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일반 D램의 가격 강세에 더해 HBM4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와 비슷한 20%대 후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전반적인 가격 강세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 비중 확대로 ASP는 20%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이닉스가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 14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사와는 기존 5년인 LTA 기간을 추가 연장하기 위한 논의도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 확보한 LTA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며, 이는 중장기 매출 안정성을 크게 높인다. 이는 단순한 현물 거래가 아닌 구조적 수요 확보로 해석되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칩 수요의 지속성을 반영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하이닉스는 2027년 글로벌 CSP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이 60%를 웃돌고, 확보한 전력 규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비싼 가격에도 구매할 수 있는 실제 수요의 규모다. 하이닉스는 2027년 실현 가능 수요 증가율의 경우 D램은 20%대 중반, 낸드는 10%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고객사의 자금이나 전력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수치로, 성장세가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할 것임을 시사한다.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차세대 제품인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비중 모두 기존 HBM3E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4는 계획 수율을 상회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으며, HBM3E도 애초 계획했던 성숙 수율을 초과 달성했다. HBM4E는 2분기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으며 고객 일정에 맞춰 개발과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2월 HBM4를 양산 출하한 만큼 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의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자신감을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사들의 수요가 하이닉스의 공급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HBM 담당 임원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이 HBM 공급 부족 상황에서 제한된 물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고객의 요청 물량이 당사가 공급 가능한 물량의 2배를 상회할 정도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메모리 칩 시장이 공급 제약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수요를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견고한 구조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하이닉스의 전망은 2030년까지 메모리 칩이 희소한 자원으로 남을 것이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