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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룡마을 화재 13시간 사투…소화전 부재·좁은 골목이 피해 키웠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가 13시간 만에 진화되었으나, 상수도 소화전 부재, 좁은 진입로, 불에 잘 타는 가건물 밀집, 강풍 등이 피해를 키웠다. 마을은 과거에도 반복된 대형 화재를 겪어온 취약 지역이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가 약 13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화재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점들이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3시 51분 구룡마을 2지구의 가건물에서 시작된 불은 1·3·7지구로 번져 28일 오전 4시 39분에야 완전히 진화되었다. 이번 화재로 30대 여성 1명이 다쳤으며, 91가구 127명이 주거지 피해를 입었다. 소방 당국은 약 99세대, 약 2만8천㎡ 면적의 가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현재 조사 중이다. 진화에는 관계 기관 인력 960여명과 장비 160여대가 투입되었고, 헬기 6대까지 동원되어 물을 뿌렸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소화전 부족이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 내부에는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소화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수도 배관이 필수적이지만, 구룡마을에는 배관 인프라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소방 측은 사유지에 배관을 설치하기 위한 복잡한 법적 절차와 막대한 비용이 장애물이 되어 상수도 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마을 내에 소화전 13곳과 소화기함 14개를 설치하여 관리해왔다고 밝혔으나, 화재 지점 인근에 소화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민들은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음에도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 앞에서는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구룡마을 토지주민협의회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이거나 건강상 문제가 있어 소화기를 들고 대응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구룡마을의 물리적 환경도 화재 확산을 가속화했다. 합판, 비닐, 스티로폼 등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어진 가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는 불길이 빠르게 번지도록 했다.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안쪽까지 진입하기 어려웠으며, 주민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지붕 위에 덮어둔 '떡솜'이라 불리는 보온용 솜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었다. 협의회장은 구룡마을이 원래 먼지가 심하게 쌓여 있고 스파크나 누전이 일상적인 곳이라며, 평소에도 하루에 여러 번 작은 불이 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이 누적되면서 이번에 큰불로 번졌다는 것이다.

기상 조건도 화재 확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인 전날 오후 3시 50분 강남구 일원동의 습도는 25%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오후 5시 51분에는 순간풍속 초속 9.3m의 북서풍이 관측되어 불길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켰다. 불길은 인근 구룡산 일부로도 옮겨붙어 소방 당국은 주거지와 산림의 불을 동시에 꺼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 회장은 강풍이 불길을 크게 키웠다고 지적했다.

구룡마을은 화재 취약 지역으로 반복된 대형 화재를 겪어왔다. 2014년 11월 화재로 주민 1명이 숨졌고, 2023년 1월에는 주택 60채가 불에 타 약 5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올해 1월에도 큰불로 129가구 181명이 거처를 잃었다. 이번 화재는 이러한 악순환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현재 화재 원인 규명은 초기 단계에 있다. 소방 당국은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마을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극히 부족해 영상으로 발화 지점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마을 초입에서 약 120m 떨어진 한 곳에 CCTV 4대만 설치되어 있다. 구 관계자는 연기를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은 인지할 수 있지만, 불씨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됐는지 식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으며, 올해 1월 화재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1차 합동 감식을 통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범위를 7가구 안팎으로 좁혔으며, 오는 30일 오전 2차 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