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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기 잡는 LG전자, 냉각설비 수주 3조원 돌파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 냉각설비 수주액이 상반기 6000억원에서 3분기 누적 3조원을 돌파했다. 북미 5GW 규모 데이터센터에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2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AI 열기 잡는 LG전자, 냉각설비 수주 3조원 돌파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LG전자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냉각설비 사업에서 급성장을 거두고 있다. 28일 LG전자가 공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사업의 올해 누적 수주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상반기 6000억원 수준에서 불과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 이상이 추가되면서 달성한 성과다. 최근 북미에서 5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냉각설비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LG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냉각설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배경은 기술 특성에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수많은 고성능 반도체가 쉬지 않고 작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특히 AI 연산에 사용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개수가 증가하면서 발열량이 일반 데이터센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를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서버 성능이 저하되거나 장비가 고장 날 수 있어서 효율적인 냉각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LG전자가 주력하는 냉각설비는 '칠러'라고 불리는 초대형 냉각장치다. 대형 건물이나 데이터센터에서 차가운 물을 만들어 순환시키면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는 원리로 작동한다. 가정용 에어컨이 실내 공기를 냉각하는 것과 달리, 칠러는 대규모 시설에 필요한 냉각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냉각수를 활용하는 액체냉각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서 LG전자는 칠러뿐 아니라 서버 내부의 열을 식히는 데 필요한 냉각수를 공급·조절하는 장치(CDU)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고밀도 AI 서버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5일 북미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 총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순차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에어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데이터센터 설계와 구축, 설비 조달, 유지관리 등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으로, 이번 계약을 통해 LG전자는 북미 대형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는 칠러 외에 액체냉각 장치까지 공급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LG전자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200억원을 추가 투자해 미국 생산거점 확보를 포함한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으며, 2027년 칠러 사업 매출 1조원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가 AI 냉각설비 사업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냉난방·공조 기술이 있다. LG전자는 원자력발전소와 대형 병원 등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시설에 냉각설비를 공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노하우를 활용해 현재는 북미뿐 아니라 중동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냉각설비를 담당하는 E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2조1736억원, 영업이익은 87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상업용 냉난방·공조설비 판매가 늘었지만, 미래 사업 수주 확대에 대비한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LG전자의 사업 구조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소비자용 가전제품 판매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전자부품과 기업용 냉난방·공조설비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2조8261억원, 영업이익은 1903억원으로 모두 역대 3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B2B 매출은 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LG전자는 4분기에도 AI 데이터센터 냉각설비의 대형 수주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한편, 전장과 구독 등 성장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B2B 공조 사업의 성장이 LG전자의 중장기 실적 체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