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두 갈래 전략…국정조사냐 직소추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결정했지만, 국정조사 후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지도부와 즉시 탄핵소추를 주장하는 강경파 간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내년 6월 퇴임 일정과 180일의 탄핵심판 기간이라는 시간 제약이 이 같은 갈등의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을 결정했지만, 당 내에서 진행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한 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단계적 접근을 선택했으나, 친정청래계 등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은 국정조사를 건너뛰고 즉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조 대법원장의 퇴임 일정이라는 시간 제약 속에서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놓고 벌어지는 전략적 갈등을 보여준다.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앞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관련 국정조사요구서를 보고한 후, 1~2주간의 여야 협의 기간을 거쳐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할 방침이다. 국정조사는 40~50일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최근 사례들을 통해 추정된 것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는 45일, 3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는 50일, 지난해 12월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는 40일간 진행된 바 있다.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의 탄핵 지지도를 높인 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이 절차상 정당성과 여론 기반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는 이 같은 단계적 접근이 실질적인 결과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연말께 종료되고 그 이후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의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는데, 조 대법원장의 퇴임 일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957년 6월생으로 대법원장의 정년인 만 70세에 도달하는 내년 6월 5일 퇴임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법정 심리 기간이 180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조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가 이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강경파는 탄핵소추로 즉시 조 대법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재 심판이 진행되면, 결과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퇴임하기 전에 심판 결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 기간 동안 직무 정지 상태가 유지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역대 탄핵심판 사례들을 보면 심판 기간이 180일보다 훨씬 짧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11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8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119일이 걸렸다. 이는 사건의 성격, 증거의 명확성, 법정 공방의 복잡도 등에 따라 심판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경파는 조 대법원장 탄핵 사건도 법적 성격이 명확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금 바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여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탄핵소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조사의 절차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설사 탄핵소추가 늦어져 조 대법원장 퇴임까지 탄핵심판 결정이 안 나서 무승부로 끝나더라도 그간 직무 정지가 유지되니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탄핵소추 자체의 직무 정지 효과와 국정조사를 통한 여론 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실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의 행적과 관련된 의혹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이것이 탄핵소추의 명분을 더욱 강화하고 국민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국정조사 자체가 공식적인 조사 절차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이 탄핵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내 이 같은 입장 차이는 탄핵 추진의 실효성을 놓고 벌어지는 본질적인 갈등을 드러낸다. 강경파의 입장은 시간 제약 속에서 최대한 빠르게 조 대법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지도부의 입장은 절차의 정당성과 여론 기반 확보를 통해 탄핵의 사회적 정당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느 쪽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사건의 진행 속도와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정조사 기간 중 새로운 의혹이나 증거가 나타날 경우, 강경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 간의 입장 조율이 향후 탄핵 절차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